‘밸류업’ 기대에 외국인 5조원 순매수…개미는 ‘빚투’

‘밸류업’ 기대에 외국인 5조원 순매수…개미는 ‘빚투’

입력 2024-02-12 18:28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예고한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식이 5조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한 최근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서 신흥국 투자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뀐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개인의 ‘빚투’도 늘어나면서 투자에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증시를 이끈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5조43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1~2일 이틀 사이에만 3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현대차, 기아, 삼성물산,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저PBR 종목에 쏠렸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이어졌다. 최근 2주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현대차 주식만 1조2352억원어치다.

코스피는 지난해 11~12월 16.6% 상승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올해 들어 6% 하락하며 변동성이 커졌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미 금리 조기 인하 기대가 약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증시 조정 국면에서도 외국인 자금은 주식 시장에 3조원, 채권 시장에 2조5000억원이 유입됐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과 IT 사이클 반등 상황 등 대내외 여건을 종합해볼 때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 여건이 형성됐다”면서도 “다만 대외적으로 미 경제 연착륙과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자본 유출입 변동이 클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이어가고, 이에 따라 신흥국 투자 여건은 나빠질 수 있다. 반도체 사이클 반등,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증시에 영향을 주는 대내적 요인도 변동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개인의 빚투 규모가 커지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지난 7일 기준 9조6805억원으로 올 초 9조200억원 대비 7% 증가했다. 지난해 말 9조원대 안팎을 오가다가 올해 들어 9조원대 후반으로 다시 오르는 추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빚을 내 투자한 자금 규모를 나타낸다. 이중 특히 저PBR주로 분류된 반도체·자동차·금융주 등의 신용잔고가 크게 증가했다. 현대차의 신용잔고는 1454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말 880억4000만원 대비 65% 증가했고, 기아 신용잔고도 1085억원으로 121% 늘었다. KB금융, 신한지주의 신용잔고도 각각 113%, 178% 증가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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