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형제국’ 쿠바와 수교, 깜짝 발표까지…“극비리 협의”

‘北형제국’ 쿠바와 수교, 깜짝 발표까지…“극비리 협의”

입력 2024-02-15 05:19 수정 2024-02-15 10:15
2016년 열린 한국과 쿠바 외교장관 회담. 외교부 제공, 뉴시스

한국이 지금껏 외교관계가 없었던 ‘북한의 형제국’ 쿠바와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은 데는 정부의 꾸준한 외교적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쿠바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의 수교는 한국의 외교 지평 확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뉴욕에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예고 없이 한국시간 이날 늦은 밤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양국의 수교 협의는 그간 극도의 보안 아래 꾸준히 물밑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쿠바 측이 한국과의 수교 협의가 공개되는 데 매우 민감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때 외교가에서는 쿠바와 북한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국에 쿠바와의 관계개선 추진은 길게는 2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숙원이다. 양국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한 후 일절 교류를 끊고 국제무대에서도 접촉을 삼갔다.

한국과의 수교 사실을 알리는 쿠바 외교부 홈페이지 메인 첫 화면. 쿠바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체제의 상이함을 바탕으로 냉전 시기 계속되던 양국 간 냉기류는 1999년 한국이 유엔총회의 대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을 의식해 결의안에 기권해 오던 한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입장을 선회했고, 이를 계기로 쿠바 측의 대한국 인식도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는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등 특히 공을 들였지만 수교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쿠바와의 관계개선 드라이브를 한층 강화하면서 다시 논의에 동력이 붙었다.

특히 한국과 쿠바가 나란히 참석하는 다자회의 계기마다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고위·실무급 접촉이 이어지며 몇 차례 중요한 모멘텀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과테말라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각료회의에 참석하면서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 차관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같은 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양국 인사가 나란히 참석한 것이 또 한 번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국 측은 물밑 접촉에서 영사관계 수립 같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교하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한국과 쿠바는 공식 외교관계는 없지만 뉴욕의 양국 주유엔대표부 채널, 그리고 멕시코 주재 양국 대사관 채널 등 두 비공식 채널을 갖고 있다. 이번 수교 협의도 양쪽 채널로 모두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미국 워싱턴에 펄럭이는 쿠바 국기. AP뉴시스

외교부 당국자는 쿠바와의 수교 타결 과정에 대해 “그간 우리나라는 중남미 지역에서의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러한 우리 노력에 쿠바 측이 호응해 와서 이번에 수교에 합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경제·통상·문화 등 민간교류가 이어져 온 것도 수교 성사의 자양분이 됐다. 코트라(KOTRA)가 2002년 쿠바와 처음으로 무역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05년에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우리 무역관을 개설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한국 국민 사이에서도 쿠바가 인기 관광지로 조명받으면서 양국 국민 간 ‘마음의 장벽’은 상당부분 이미 사라졌다는 평가다. 쿠바 현지에는 규모 약 1만명의 한류 팬클럽이 운영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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