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뉴욕 성당 트랜스젠더 장례식에 뒤집어진 교계

[미션톡] 뉴욕 성당 트랜스젠더 장례식에 뒤집어진 교계

입력 2024-02-19 14:05 수정 2024-02-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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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 비치된 젠틸리의 사진. 흔히 '헤일로'라 불리는 성자 후광이 머리 뒤로 비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국 뉴욕의 성당에서 치러진 한 트랜스젠더 인권운동가의 장례식에 현지 교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뉴욕 맨해튼 세인트패트릭대성당. 트랜스젠더 세실리아 젠틸리(52)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젠틸리는 무신론자이면서 배우·작가, 인권 운동가 등으로 유명한 인사입니다. 장례식엔 미니스커트와 망사 스타킹, 하이힐 등을 착용한 트랜스젠더들을 포함해 1000여명이 몰렸습니다. 하루 전인 14일엔 뉴욕 부시윅연합감리교회에서 그의 추모식이 거행됐습니다.

트랜스젠더이자 매춘부 출신인 세실리아 젠틸리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2000년도 초반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로 미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몸을 팔아 돈을 벌고 헤로인 등 마약에 취해 살았습니다. 과거 인터뷰에서는 “한때 침례교회와 성당에 다녀봤으나 두 경험 모두 내게 트라우마로 남아 무신론자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독교와 담을 쌓은 인물의 추모식과 장례식이 어떻게 성당과 교회에서 치러질 수 있었을까요. 장례식을 주관한 트랜스젠더 인권운동가 카이엔 도로쇼프는 장례식 전날 부시윅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성당 측은 아직도 젠틸리가 트랜스젠더인줄 모른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뉴욕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장례식 현장. 유튜브 캡처

도로쇼프는 뉴욕타임스 등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은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에서 젠틸리와 비슷하기에 (나를 포함한) 젠틸리의 친구들이 이곳에서 장례식을 치르길 원했다”며 “성당과 장례식 일정을 조율할 때 젠틸리가 트랜스젠더라는 점을 일부러 숨겼다”고 털어놨습니다.

성당 측 역시 장례식 당일까지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성당을 담당하는 엔리케 살보 신부는 지난 17일 뉴욕대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목요일 예배를 주최하기로 합의했을 당시 젠틸리의 배경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성당 측은 (젠틸리의) 유족과 친구들이 가톨릭 신자를 위한 장례 미사를 요구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우리의 환영과 기도가 이렇게 신성 모독적이고 기만적인 방식으로 폄하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전했습니다.

장례식 현장에서는 눈살을 찌푸리는 돌발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순서를 진행하는 신부가 성모송인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다 부르자 맨 앞줄의 한 참석자가 돌연 좌석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는 가사 속 ‘마리아’를 ‘세실리아’로 개사해 부르며 예배당 복도를 가로지르는 춤사위를 펼쳤습니다. 장례 주최 측 인사는 “매춘부, 위대한 매춘부, 모든 매춘부의 어머니인 성 세실리아”라고 소개해 교계 관계자들이 난감해하기도 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운동가 세실리아 젠틸리. 인스타그램 캡처

이런 ‘불편한 장례식’에 현지 교계도 시끄러웠습니다. 일각에선 성당에서 트랜스젠더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것이 잘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순절 기간 LGBTQ+ 역시 교회의 일부라는 점을 강력하게 상기시켰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반면 가톨릭보트(CatholicVote) 등 미 가톨릭계는 “반(反) 기독교 세력인 트랜스젠더 인권운동가들이 일부러 신성한 예배장소까지 들어와 기독교 신앙을 조롱했다”고 발끈했습니다. 젠틸리가 트랜스젠더임을 숨기고 장례식 일정을 짰다는 점에 대해 트랜스젠더 인권운동가들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는 무신론자가 성당이나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것에 대해 교회 전통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성경의 진리에 대한 수호나 가치가 다 무너지게 되면 교회는 그냥 필요할 때 모이는 회합·사교 장소로 전락하게 된다”며 “한국 역시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믿음을 지키기 위해 경각심을 갖고 전 세계를 선도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동성애를 비롯해 트랜스젠더 이슈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열린 공립 대학교 여자 대학부 배구 경기엔 총 5명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리스는 정교회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동성혼을 허용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남의 얘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음은 한국 차례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교회와 성도 모두 깨어 있어야 합니다. 어느 때보다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뉴욕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장례식 현장. 유튜브 캡처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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