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돈값 반토막 낸 밀레이… 빈곤율 57% 됐다

아르헨티나 돈값 반토막 낸 밀레이… 빈곤율 57% 됐다

빈곤율 20년래 최악… 12월 49.5%→1월 57.4%
UCA “원인은 밀레이의 페소화 50% 평가절하”

입력 2024-02-20 00:01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자유전진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당선을 확정한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동생 카리나(오른쪽)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비에르 밀레이 신임 대통령의 자국 통화 평가절하 정책이 빈곤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르헨티나 일간 엘크로니스타는 1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카톨릭대(UCA) 산하 사회부채관측소(이하 관측소) 보고서를 인용해 “빈곤율은 지난해 12월 49.5%에서 지난 1월 57.4%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빈곤율은 밀레이 대통령의 집권 후 1개월 만에 7.9% 포인트나 급등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했다.

관측소는 “밀레이 정부의 첫 2개월간 아르헨티나의 구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전체 4600만명인) 국민 가운데 2700만명은 빈곤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용·소득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조처가 나오지 않은 결과로 분석된다. 앞으로 수개월간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구스틴 살비아 관측소 이사는 “지난 1월 빈곤율은 2004년 54.8%를 기록한 뒤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숫자”라며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측소는 빈곤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화의 50% 이상 평가절하 정책을 지목했다. 페소화 가치 하락으로 식료품을 포함한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빈곤율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 취임 첫 달인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11.4%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 후 2개월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51%다.

밀레이 대통령의 집권 이후 페소화 가치 하락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극단적 자유경제를 주장했던 학자에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시절부터 자국 통화를 페소화에서 미 달러화로 바꾸고,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는 과격한 발언으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발언은 결국 대선후보 시절의 공약이 됐다.

아르헨티나 시장경제에서 달러화는 이미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달러화만이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을 끝낼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이런 공약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아르헨티나 민심의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 행보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40%대였던 아르헨티나 빈곤율은 집권한 뒤 과반으로 늘었다. 그의 집권 전까지 1페소당 3.6원이던 환율은 현재 1.6원까지 떨어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SNS 엑스(옛 트위터)에서 빈곤율 보고서와 관련해 “아르헨티나인 10명 중 6명이 가난한 것은 카스타(기득권)의 유산이다. 앞선 100년간 이어진 (아르헨티나 경제) 붕괴는 서구 역사에서 없었던 일”이라며 “우리는 평범한 정치 놀음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바꿀 것이다. 자유 만세”라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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