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자존감을 높이려면

[이호분의 아이들세상] 자존감을 높이려면

자기 개념에 갇히지 말고, 당장 그저 행동하라

입력 2024-02-21 09:24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자녀의 장점을 발견해 칭찬도 많이 하면서 긍정적 자기 개념을 심어주려고 부모들은 노력한다. 하지만 때론 부모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소극적이고 도전하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넌 머리가 좋구나’라는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은 말 그대로만 듣지는 않는다. 인간이 가진 언어적 추론 능력 때문이다. ‘머리가 좋구나’를 들으면 ‘머리가 나쁘다’는 말이 언어적으로 반대구성이 되어 떠오른다. 또 ‘머리가 좋구나’라는 말을 평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시험을 못 보면 머리가 나쁜 거야’라고 생각한다. 결국, 조금이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도전을 피하고, 현재의 평가에 안주하게 된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능력이 비슷한 어린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재능이 있다’는 말을 해주고, 다른 그룹에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해준 후 쉬운 퍼즐과 어려운 퍼즐을 선택해 풀게 했다. 첫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쉬운 퍼즐을 선택하였고,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어려운 퍼즐에 도전했다. 첫 그룹의 아이들은 ’재능이 있다’는 고정된 자기개념을 잃는 것을 두려워했다. 경직된 자기개념을 갖도록 한 재능에 대한 칭찬은 아이를 회피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므로 재능에 대한 칭찬보다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즉 행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어려움이란 외부적인 상황적 장애물도 있겠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어려울 텐데, 난 못할 거야, 실패하면 어쩌나, 두려운데’ 등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 평가, 예측이다. 이를 알아차리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도 불구하고, 이것과 싸우거나 외면하지 않은 채 그것과 함께 꿈을 향한 행동을 기꺼이 한다면 이것이 ‘유연한 행동’이고 자존감이다.

행동은 순간순간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자존감은 움직인다.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 꿈을 향한 효용성 있는 행동을 할 때, 처음부터 거창한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먼저 한 걸음을 떼는 게 중요하다.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내가 원한 삶의 방향에 맞는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의 목록을 만들어보자. 일정 기간(대체로 1주일 단위가 좋다)에 할 수 있는 한 두 가지 행동을 선택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어떻게 순차적으로 실행할 것인지 결정한다. 그다음엔 그냥 행동에 옮긴다.

윙크할 때 생각을 하고 하는 게 아닌 것처럼 ‘그냥’ 행동을 해 본다. 그리고 행동을 시도하는 동안 나타나는 모든 것을 관찰한다. 행동하기 전, 행동하는 동안, 행동한 후에 나타나는 다른 사람의 반응, 자기 생각과 느낌, 신체 감각, 행동을 반복할 때 그때마다 나타나는 느낌의 차이를 관찰한다. 이를 일기처럼 기록한다면 더욱 좋다. 주의할 것은 단지 관찰할 뿐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설사 마음에서 평가나 판단을 하더라도 이를 믿지 말라. 마음은 언제든 자신을 속일 수 있으며 지속하는 행동을 방해할 수 있다. 가치에 맞는 행동을 했더라도 지속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없다.

또 이 과정에는 늘 방해물이 존재하고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실효성 있는 행동을 하고 이에 따르는 긍정적인 느낌을 잘 관찰하고 경험했다면 이런 좌절을 이겨낼 수 있다. 자신의 원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하는 가치를 떠올린다면 행동을 일관되게 유지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자존감을 높이는 기술이다. 자기 개념에 갇히지 말고, 당장 그저 행동하라, Just do it.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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