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대 의사들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 하야도 할 건가”

‘의대 증원’ 반대 의사들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 하야도 할 건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차 궐기대회
참석한 의사들, 거친 발언 쏟아내

입력 2024-02-23 00:19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정부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 국민 뜻을 반영한 것이라는 정부를 향해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이 하야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를 범죄자에 빗대는 발언도 나왔다.

서울시의사회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었다. 1시간가량 진행된 궐기대회에는 경찰 추산 300여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일부터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전공의 근무 중단이 본격화했다. 이에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과 사법처리 방침 등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는 자유 의지로 사직한 의사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제게는 체포와 구속수사로 협박한다”며 “협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정부의 독단적인 의대 증원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 해도 되나”…복지부 차관 향해 “네 옷 벗길 것”

강원도의사회가 22일 강원도청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강행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어 의료 영결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은 대통령 사퇴를 운운하며 날을 세웠다. 좌 회장은 “국민이 원하면 다 해주는가. 내일 대통령이 하야하라는 국민이 절반을 넘으면 물러날 것인가”라며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당장 국민 투표를 하자”라고 얘기했다.

특히 좌 회장은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이끄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향해 발언 수위를 높였다. 좌 회장은 “박 차관이 20여 차례 협의하면서 의대 증원을 얘기했다는데 언제 우리가 동의했는가”라며 “데이트를 몇 번 했다고 성폭력을 해도 된다는 얘기와 똑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이가 비슷하니 반말하겠다. 민수야, 정신 차려 인마”라는 말도 남겼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날이 있어도 네 옷을 벗길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들은 여성 의사에 관한 박 차관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박 차관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근거를 설명하며 “남녀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 등을 고려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임현선 송파구의사회장은 “복지부 여자 공무원은 얼마나 일을 못하기에 0.5인분이라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나”라며 “여성 능력을 비하하지 말라. 여성 의사를 비하하는 박 차관은 사퇴하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 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의사들은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대변인은 “저희도 국민이다. 범죄자가 아니다”면서 “국민 건강을 지키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동료 시민과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발언대에 오르지 않은 의사들도 정부를 비난했다. 전문의인 정모(38)씨는 “의사가 환자를 버렸다는 프레임으로 여론을 호도하는데 환자를 버린 건 정부”라며 “계속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되면 전문의인 나도 사직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사는 점진적 의대 증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개원의인 50대 김모씨는 “전공의 사직은 말리고 싶다. 너무 고생하지 말고 정부가 빨리 해결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며 “의대 증원은 찬성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필수의료를 확실하게 늘린다는 조건으로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환 정신영 기자 jae@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