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파업 주도 의사 “전공의 처벌 유력, 돌아오라”

2000년 파업 주도 의사 “전공의 처벌 유력, 돌아오라”

“사직 인정돼도 의료법 저촉 가능성”
“행정처분 받을 가능성 높아”

입력 2024-02-23 15:35 수정 2024-02-23 15:40
23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에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며 최상의 교육·연구·진료로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한다'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과거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로 일하며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파업을 주도했던 선배 의사가 전공의들을 향해 “돌아오라”며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 선생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아 파업을 주도한 바 있다. 이후 의협 대변인도 지냈다.

그는 “정부가 국가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는데, 이는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면서 “정부는 주동자에 대한 인신구속 및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동자 구속과 별개로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어 우려된다”며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게 되고 기록은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 의사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외국에 취업하려 할 때 요구되는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모두 남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권 교수는 국내 법체계상 사직이 인정된다 해도 의료법에 저촉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라며 “명시적 조문이 없다면 업무개시명령이 국가가 의사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조항 때문에 이길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민법과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봤다. 권 교수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교수는 선배 의사이자 교수로서 현 상황을 안타깝게 본다면서도, 의사라는 전문성을 고려할 때 무한한 개인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직업적 윤리’도 생각해달라고 했다.

그는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고통스러운 근무환경에서 근무해야 하는 현실을 물려주어 미안하고 안타깝다”면서도 “여러분의 행동으로 인해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나쁜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성급했다”면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떠나고, 투쟁하고 싶다면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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