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故정선엽 병장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확정

‘서울의 봄’ 故정선엽 병장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확정

정부, 기간 내 항소 안 해
재판부 “국가가 총기 사고로 왜곡·은폐… 8000만원 배상”

입력 2024-02-23 16:25
지난해 12월 12일 광주 북구 동신고에서 열린 고(故) 정선엽 병장 44주년 추모식에서 고인의 동생 정규상씨가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에 저항하다 숨진 고(故) 정선엽(사망 당시 23세) 병장 유족에게 국가가 8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병장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이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날부로 확정됐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지난 5일 “국가가 유족 1인당 2000만원씩 총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망인은 국방부 B-2 벙커에서 근무하던 중 반란군의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됐음에도 국가는 계엄군 오인에 의한 총기 사망사고라며 순직으로 처리해 망인의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망인의 생명과 자유, 유족들의 명예 감정이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 등이 침해됐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 용산 국방부를 지키는 헌병이었던 정 병장을 제대를 3개월 앞둔 1979년 12월 13일 새벽 지하벙커에서 초병 근무 중 반란군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국방부를 점령한 반란군이 정 병장 소총을 빼앗으려 했지만 정 병장은 “줄 수 없다”고 맞섰고, 그 과정에서 공수부대원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정 병장의 사망 과정은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도 담겼다.

2022년 3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정 병장이 총기사고가 아닌 반란군에 저항하다 총격으로 숨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진실이 밝혀지게 됐다. 국방부는 정 병장 죽음을 ‘순직’에서 ‘전사’로 바꿨다. 유족이 사망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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