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밀고 풋살장…소멸 지역서 다음세대 살길 낸다

주차장 밀고 풋살장…소멸 지역서 다음세대 살길 낸다

영도성광교회, 어린이 사역에 과감한 투자
미니 편의점 열고, 유치부실은 ‘키즈카페’로
“교회학교 정상화”…웃음소리로 시끌벅적

입력 2024-02-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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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영도성광교회 목사와 이은주 사모가 21일 부산 영도구의 교회 풋살장에서 각각 농구공과 축구공을 든 채 웃고 있다.

이은주(49) 영도성광교회 사모는 주일마다 교회 편의점 문을 연다. 어린이 편의점의 상호명은 ‘JCU25’. ‘예수가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는 뜻을 담았다.

편의점은 지난해 3월 교육관 건물에 들어섰다. 지난 21일 방문 당시 3단 진열대엔 각종 과자가 정리돼 있었고 음료와 아이스크림도 냉장고에 가득 차 있었다. 간식거리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몸집만 한 장난감도 판매하는데, 모두 출석·말씀 암송을 통해 받는 달란트로 살 수 있다.

영도성광교회 교육관에 마련된 어린이 편의점 'JCU25'

교인들의 반대는 없었다. 10㎡(3평)도 안 되는 유휴공간이었고, 투자금 300만원도 주중 과학 학원을 운영하는 이 사모가 전액 부담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진짜 편의점처럼 만들려고 했어요. 아이들이 교회의 자질구레한 공간으로 느끼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주일이 되면 어린이 편의점은 시중 편의점 프렌차이즈에서 볼법한 LED 간판으로 번쩍인다.

교회학교 아이들은 이 사모를 ‘사모님’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 사모는 아이들에게 ‘점장님’ ‘이모’로 통한다. 그는 “어린이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교회학교 아이들의 취향에 민감해졌다”며 편의점 인기 상품인 포켓몬 카드를 언급했다. 이어 “교회학교 교사가 아닌데도 편의점에서 매주 아이들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 새로 나온 아이에겐 달란트 가격을 은근슬쩍 깎아주거나 선물을 줄 때도 있다.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게 가장 큰 유익”이라며 반색했다.

영도성광교회 아이들이 교회 내 어린이 편의점에서 간식과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영도성광교회 제공

남편 이정환(52) 목사 역시 다음세대 사역에 진심이다. 2022년 7월 이 교회에 부임한 그는 담임 반년만에 목적 헌금을 제안했다. 교회에 유치부·초등부 아이들이 머무를 공간을 마련하자는 뜻에서였다. 이 목사는 “공장과 바를 바 없던 유치부실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천장엔 20년은 된 것 같은 선풍기가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목적 헌금은 처음엔 지지부진했지만, 교회 학교 아이들이 돼지 저금통을 헌금함에 올린 뒤 시니어 교인들도 목적 헌금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한다.

공사는 지난해 6월 마무리됐다. 35년된 교육관 유치부실엔 베이지색 ‘키즈짐’이 들어섰고, 어린이 자동차와 오락기 등도 이곳저곳 정돈돼 있다. 교육관 옆 주차장은 인조잔디 풋살장으로 탈바꿈됐다. 여름이 되면 풋살장은 수영장으로 활용된다. 이 목사는 “교인들간 카풀(차량 공유)을 권장하고 인근 공영 주차장을 조금 대여하는 식으로 주차난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영도성광교회 유치부실에 마련된 놀이공간. 부모들이 무료로 대관해 아이들 생일 파티 장소로도 활용한다.

이들 부부의 노력은 겉보기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인다. 영도구청이 발행한 ‘2023 영도구 통계연보’를 보면 2021년 영도구 20세 미만 인구 비율은 10.77%. 4년 만에 2.2%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28.91%로 같은 기간 6% 포인트 상승했다. 영도구 출생 인원 역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469명(2017년)에서 266명(2021년)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 자료에서 영도군은 부산 지역구 가운데 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교차한 환경에서도 교회 안엔 다음세대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쪼그라들었던 교회학교는 정상화된 지 오래고, 교회학교에 등록하는 지역구 안팎의 아이들도 늘고 있다.

이정환 목사가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편의점 무료 이용권을 선물하고 있다. 영도성광교회 제공

부부가 어린이 사역에 힘을 준 뒤 3040 성도들의 출석률도 덩달아 회복됐다. 이 목사는 “아이들이 뛰어놀 매력적인 곳이 있어야 부모들도 교회에 온다”며 “3040세대 부모를 잡지 않으면 다음세대의 미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고령화 시대를 눈앞에 둔 시대에 집 나간 집토끼(3040)를 찾지 않으면 한국교회 미래는 어둡다”며 “부모와 자녀 세대 목회는 따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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