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파’ 동원해 납치·협박한 일당, 전관변호사 내세워 ‘보석’ 신청

‘불사파’ 동원해 납치·협박한 일당, 전관변호사 내세워 ‘보석’ 신청

투자업체 대표·이사 3명, 구속 5개월 만에 보석 신청
前대법관·판사 등 선임…28일 심문기일
피해자 “보복 불안감에 잠 못잔다” 호소

입력 2024-02-26 11:15 수정 2024-02-26 13:59
자칭 '불사파' 모임. 자료=서울경찰청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갤러리 대표를 감금·폭행해 수십억원을 뜯어내려 한 일당이 구속된 지 5개월여 만에 법원에 보석 신청을 했다.

1983년생 조직폭력배들로 구성된 자칭 ‘불사파’ 조직원, 한국 귀화 조선족 등을 끌어들여 범행을 주도한 투자업체 대표와 임원들이 대법관 출신을 비롯한 전관 변호사들을 내세워 석방을 꾀하고 나선 것이다. 피해자 측은 보복 범죄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투자업체 O사 대표 유모(31)씨와 이 회사 임원 2명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김중남)에 보석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달 들어 차례로 보석신청서를 내면서 재판부에 ‘범죄 사실을 반성하고 있다’는 반성문도 제출하고 있다.

유씨 등 주요 피고인들은 국내 유명 로펌과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10여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막을 치고 있다. 변호인단에는 전직 대법관도 이름이 올라 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 이들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씨 등은 특수강도,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공동강요·공동폭행·공동주거침입·특수협박 등 혐의가 적용돼 있다.

이들은 갤러리 대표를 폭행·협박·감금해 3900만원 상당의 그림 3점을 빼앗고, 87억원의 허위 채무를 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8월 미술품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강남의 한 갤러리 대표 A씨를 서초구 유씨 업체 사무실과 지하실 등으로 끌고 가 감금하고 살해할 듯이 협박한 것으로 수사기관은 파악했다.

유씨는 당시 A씨에게 “너 대림동 조선족 한 번도 못 봤지? 그놈들 보고도 헛짓 하는지 한번 보자”며 실제 조선족과 불사파 조직원 등을 불러 겁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를 불꺼진 지하 2층으로 데려간 뒤 라이터를 켜 A씨의 얼굴에 들이밀면서 “경찰도 우리 빌딩에는 못 들어와. 여기 들어오면 다 XX 돼서 나가”라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해 9월 유씨와 이사 2명, 불사파 조직원 3명, 귀화 조선족 폭력배 3명 등 9명을 구속해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이들 9명을 전원 구속 기소했다.

유씨 등이 구속된 지 5개월 만에 보석을 신청하고 심문기일이 잡혔다는 소식에 피해자 측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피고인들이) 대형 로펌의 힘으로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본인들 주변인을 통해 ‘가져간 그림을 돌려줄 테니 합의서를 써 달라’며 연락까지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막대한 성공 보수를 약속하고 보석을 신청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요즘은 보복 불안감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정신과 약도 늘렸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피고인들이 석방될 경우를 대비해 신변보호 제도 활용도 고민 중이다. 그는 “사건 당시 알게 된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다음에라도 불안감을 느끼거나 (피고인 측의) 해코지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했다. 피고인들이 풀려나면 가장 먼저 연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무서운 범죄자들이 몇 달 감옥에 있지도 않고 풀려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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