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 못 떠나는 소시민 의사”… 응급의학과 교수, 결단 촉구

“환자 곁 못 떠나는 소시민 의사”… 응급의학과 교수, 결단 촉구

입력 2024-02-28 15:41
지난 20일 해군포항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대학 병원에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거점국립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호소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27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을 향해 남긴 글에서 “부디 이 사태를 좀 끝내달라”며 “다 잡아다 감옥에 처넣든지, 그냥 너희 맘대로 하라고 손을 털든지, 어느 쪽이든 좋으니 평소처럼 화끈하게 질러주시면 안 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짖는 개는 안 무는 법이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데,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조 교수는 “저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응급의학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코로나 때부터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제 몸이 갈려 나간다. 나이 먹어서 이제는 진짜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싸우는 놈 따로, 이득 보는 놈 따로. 지나고 보면, 고생한 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며 “어차피 시민들에게 저는 돈만 밝히는 ‘의새(의사를 낮추어 부르는 말)’일 따름이고, 동료들에겐 단결을 방해하는 부역자일 따름이겠지요. 실상은 그저 병든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일 따름인데”라고 자조했다.

조 교수는 “그러니 총이든 펜이든 얼른 꺼내주십시오. 저는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습니다”라면서 글을 마쳤다.

조 교수는 지난 21일에도 페이스북에 “현실엔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 많다”며 “당장 치료받지 못하면 곤란한 환자들이 많다는 걸 유념해달란 얘기다. 싸움이 길어져서 좋을 게 없다”고 적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7일 기준 주요 99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80.6%인 9909명이었다. 근무지를 이탈한 소속 전공의도 8939명(72.7%)으로 확인됐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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