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점령한 투어스와 비비의 공통점? ‘듣기 편한’ 음악 통했다

차트 점령한 투어스와 비비의 공통점? ‘듣기 편한’ 음악 통했다

입력 2024-02-28 17:31
투어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음원 차트는 의외성의 연속이다. 차트 상위권 입성이 쉽지 않았던 남자 아이돌 그룹 곡이 톱10 안에 들고, 버추얼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비비가 아이유를 넘어서는 등 흥미로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28일 오후 3시 기준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100 순위를 보면 비비의 ‘밤양갱’이 1위, 아이유의 ‘러브 윈즈 올’이 2위,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3위, 르세라핌의 ‘이지’가 4위, 태연의 ‘투 엑스’가 5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임재현, 라이즈, 이무진 등이 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강렬하면서 빠르고, 고음 등으로 기교를 뽐내는 곡들이 음원 차트 상단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중의 선택을 받은 이 곡들은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장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형성하고 있었다.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

같은 이유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지난 26일 새 미니앨범을 발매한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가 24위에 오른 점이다. 2D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어 대중이 반응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청량하고 편한 음악들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노래로써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태생적 장벽을 넘어선 셈이다.

이처럼 최근의 가요 트렌드가 이지 리스닝으로 수렴하는 건 K팝 시장과 대중의 수요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팝 시장을 해외로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 라이트 팬(특정 가수의 음악을 가볍게 소비하는 팬)이 필요해진 엔터사들이 대중 접근성이 좋은 이지 리스닝 장르의 곡을 내놓기 시작하자, 강렬한 곡들에 피로감이 쌓여있던 대중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는 얘기다.

라이즈.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최근 몇 년 사이 K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내수 시장에선 특이점에 다다랐다. 결국 시장 확장을 위해 해외의 대중을 겨냥하려면 기존과 같은 드라마틱한 음악보다는 대중을 더 파고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거기에 대형기획사의 기획력과 자본력이 더해진 투어스와 라이즈가 성공을 거둔 거고, 비비의 ‘밤양갱’은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곡에 대한 대중의 갈증을 제대로 치고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트 상위권에 좀체 들지 못했던 남자 아이돌의 노래가 톱10에 든 탓에 이지 리스닝 장르로의 변화가 이들만의 것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K팝 시장 자체의 변화로 봐야 한다. 르세라핌이 최근 발매한 ‘이지’ 역시 퍼포먼스 위주의 강렬하고 빠른 비트였던 이전 곡들과는 달랐다.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르세라핌의 영어 곡 ‘퍼펙트 나이트’도 마찬가지로 이지 리스닝 장르다.

비비. 필굿뮤직 제공

음원 강자 아이유를 꺾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비의 ‘밤양갱’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가사의 은유적 표현이나 음악의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만들려다 오히려 평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아이유의 ‘러브 윈즈 올’과 달리, 특별할 것 없는 가사 사이에 툭 불거져 나온 ‘밤양갱’이란 단어로 곡을 오히려 입체적으로 만든 비비의 ‘밤양갱’이 대중적 입맛에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임 평론가는 “‘밤양갱’은 CM송 같은 느낌으로 후크(후렴구에 위치하는 짧은 구절)가 강해서 대중적으로 다가가기가 쉽다”며 “‘밤양갱’의 1위는 그만큼 대중이 대중적이고 선율이 아름다운 음악에 목말라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해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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