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 임시제방 도면 없었다…오송참사 이후 증거조작 정황 나와

미호강 임시제방 도면 없었다…오송참사 이후 증거조작 정황 나와

입력 2024-02-28 20:02
25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만든 감리사·시공사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확인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판사는 27일 현장소장 A씨에 대한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금강유역환경청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제방을 부순 뒤 부실한 제방을 만들고,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에는 없었던 시공계획서·도면을 만들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증인신문에 참석한 시공사 공무팀 직원 2명, 공사팀 직원 1명 등 3명은 증거 위조와 관련해 “현장소장 A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시공사 공무팀 직원 B씨는 참사 다음날인 지난해 7월 16일 경찰로부터 임시제방 도면 제출을 요청받았다. 당시 그는 A씨의 지시에 따라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감리사로부터 ‘2022년 설계 도면에서 높이만 바꿔 2023년 것을 만들어두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고 도면을 만들었다.
시공사 공사팀 직원 C씨는 급조한 도면을 바탕으로 시공계획서를 위조한 뒤 감리사에 넘겼다. B씨와 C씨는 모두 “A씨가 감리단의 요구대로 문서를 만들어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다만 당시 경황이 없었던 탓에 위조된 문서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회피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공무팀 문서담당관 D씨는 위조된 시공계획서를 현장사무소 문서 수발신 대장 문서철에 비치했다. 또 ‘조사가 들어올 것 같다’는 A씨의 부탁에 따라 새 휴대전화를 A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그는 “A씨의 휴대전화가 압수되면 업무적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마련해줬다. 증거 인멸을 위해 도운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 3명이 증거 위조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40분쯤 발생했다.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져 하천수가 유입되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잠기고 14명이 숨졌다.

청주=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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