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이곳에 살기 싫어”…10년 만의 쌍둥이, 남편 다 잃은 여인

“더는 이곳에 살기 싫어”…10년 만의 쌍둥이, 남편 다 잃은 여인

이스라엘, 3일 가자지구 최남단 공습
팔레스타인 사망자 43% ‘어린이·청소년’

입력 2024-03-04 14:50 수정 2024-03-05 09:49
3일(현지시간) 오후 11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살고 있던 건물이 무너져 결혼 10년 만에 낳은 쌍둥이 자녀와 남편, 친인척 등을 한순간에 잃은 여성이 흐느끼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더는 여기서 살고 싶지 않아요. 이 전쟁에 지쳤습니다.”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한 여성이 하얗게 질린 아기 얼굴에 뺨을 맞댄 채 흐느끼며 이같이 말했다. 아기 얼굴 곳곳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이 여성의 이름은 라니아 아부 안자(29). 라니아는 전날 오후 11시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남편 위삼(29)과 낳은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쌍둥이 남매를 모두 잃었다.

라니아와 같은 건물에 살던 그의 여동생, 조카, 임신한 사촌 등 친인척들도 이번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쌍둥이 시신을 현지 주민들이 들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AP 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지역 보건 당국은 전날 공습으로 라니아 자녀와 남편, 다른 친척 11명이 숨지고 9명은 잔해물에 묻혀 실종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6명은 어린이, 1명은 임신부다.

라니아의 친척 파루크 아부 안자는 공습으로 건물이 무너지기 전 약 35명이 한 건물에서 머물렀다고 말했다. 파루크에 따르면 함께 살던 이들은 모두 민간인이었으며, 대부분 어린 아이였다. 무장세력은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라니아는 공습 전날 오후 10시쯤 아들 나임에게 모유 수유를 한 뒤 한쪽 팔은 나임, 다른 쪽엔 딸 위삼을 안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바로 옆엔 남편도 자고 있었다.

쌍둥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인 지난해 10월 13일 태어났다. 이들 부부는 결혼 후 10년 만에 3차례 시험관 시술을 거쳐 어렵게 품은 쌍둥이를 애지중지하며 매우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은 쌍둥이를 자랑스러워하며 딸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어줬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이후 힘겹게 버텨오던 이들 가족의 삶은 3일 밤 공습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이날 오후 11시쯤 일어난 이스라엘군 공습은 가족들의 삶의 터전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라니아는 “비명을 질렀다”며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죽었다. 아이들 아빠는 나를 남겨둔 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면서 “우리에겐 권리가 없다. 더는 이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 이 나라에서 나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 건물 잔해를 살피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에 대해 별도로 논평하지 않고 “국제법을 준수하며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행 가능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최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군사 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정기적으로 팔레스타인 주거 밀집 지역을 공격했으며, 한밤중 예고도 없이 공습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전투원이나 무기를 주거 지역에 배치한 탓에 이 같은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공습으로 하마스 전사 1만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청소년 약 1만 2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팔레스탄인 전체 사망자의 약 43%에 해당한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