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발레리나’ 내한에 주한 우크라 대사관 “러 침략 정당화”

‘푸틴의 발레리나’ 내한에 주한 우크라 대사관 “러 침략 정당화”

4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및 볼쇼이 발레단 내한 예정… 외교 문제로 비화

입력 2024-03-05 05:00 수정 2024-03-15 09:42

‘푸틴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러시아 스타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와 볼쇼이 발레단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의견의 다양원성과 문화 교류의 포용성을 존중하지만, 러시아 정권과 문화계 인사들과의 협력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러시아 점령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문화유산과 건축물을 파괴하는 동안, 푸틴 정권은 러시아 문화를 무기로 이용해 전쟁, 제국주의, 대량 학살을 전파하고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 문제로 비화된 공연은 4월 16~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in 서울’과 4월 17~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모댄스’다.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in 서울’는 아직 정보가 많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볼쇼이 발레단 주역들이 내한할 예정이다. 그리고 ‘모댄스’는 두 편의 단막 발레 ‘가브리엘 샤넬’과 ‘숨결처럼’을 묶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패션 브랜드 샤넬 설립자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담은 ‘가브리엘 샤넬’의 경우 2019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인 자하로바를 위해 만들어졌다. 원래 2021년 내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연기됐었다. 이번 공연은 볼쇼이 발레단이 아니라 뮤즈아트라는 러시아 민간 제작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자하로바가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함께 대표적인 친(親)푸틴 예술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러-우 전쟁 이후 자하로바의 해외 공연은 러시아와 친밀한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중국에서만 이뤄졌다. 만약 한국에서 ‘모댄스’ 공연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와 대립하는 국가들 가운데 처음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볼쇼이 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이 내한하는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in 서울’ 포스터.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in 서울’ 역시 자하로바의 ‘모댄스’와 비슷한 처지다. 볼쇼이 발레단이 마린스키 발레단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립 발레단이기 때문이다. 볼쇼이 발레단이 속한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총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67)가 추가로 총감독을 맡았다.

러-우 전쟁 직후 세계 각국에서 러시아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공연이 중단됐지만, 전쟁이 길어지며 친푸틴 성향을 특별히 드러내지 않은 러시아 예술가들은 서방 무대에 다시 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러 민간 예술가(단체) 사이의 자율적 교류를 제한하고 있지 않아서 그동안 연주자, 지휘자, 무용수 등이 내한한 바 있다. 이 중에는 지난해 10월 서울국제발레축제의 ‘월드 발레스타 갈라’에 출연한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알리오나 코발료바와 솔리스트인 드미트리 비스쿠벤코도 있다. 하지만 자하로바와 ‘볼쇼이 발레 갈라’는 러-우 전쟁 이후 내한한 러시아 예술가들과 달리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지난해 10월 일본에서도 러시아 국립 모이세예프 발레단 공연으로 논란이 일었다. 민속무용을 기반으로 한 모이세예프 발레단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무용단 가운데 하나다. 이 공연을 주최한 일러교류협회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문화예술 교류가 중요하다”며 강행했고, 공연은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연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출신 피란민과 러시아에 비판적인 일본인들이 공연 중단 요청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공연 기간 극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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