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낙태의 자유’ 헌법에 명시… 세계 최초

프랑스 ‘낙태의 자유’ 헌법에 명시… 세계 최초

입력 2024-03-05 04:19
지난 2022년 프랑스 시민들이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불법 낙태 도구를 상징하는 철사 옷걸이를 흔들며 낙태권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EPA·연합뉴스

프랑스가 낙태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화했다. 낙태를 합법화한 지 약 50년 만이다.

프랑스 의회는 4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낙태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에 포함하기로 했다. 1975년 낙태 합법화에 이어 약 50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 초까지도 낙태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1970년대 들어서며 여성이 자기 몸을 통제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낙태 합법화가 공론화하기 시작한 건 ‘제2의 성’을 통해 여성 억압을 고발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도로 1971년 4월 예술가, 작가, 정치인 등 343명의 여성이 자신의 낙태 경험을 선언문 형식으로 발표하면서다.

개혁 과제를 책임진 시몬 베이유 보건부 장관은 남성이 절대다수인 프랑스 의회에서 불법 낙태의 위험성을 알리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설득한 끝에 그해 12월 낙태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베이유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이듬해 1월 17일 공포돼 임신 10주 이내의 낙태를 비범죄화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법 개정으로 낙태 가능 기간이 확대됐다. 2001년 10주에서 12주로 늘어난 데 이어 2022년에는 14주까지 허용됐다.

2016년엔 의사뿐 아니라 조산사에게도 약물을 이용한 낙태 시행 권한을 부여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조산사가 의사 개입 없이도 의료 시설에서 도구를 이용해 낙태 시술을 할 수 있게 추가 승인했다.

프랑스에서 낙태는 건강보험으로 100% 보장된다. 2022년 기준 23만4300건의 낙태가 시행됐다.

낙태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데도 프랑스가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못 박기로 한 것은 미국의 낙태권 후퇴 움직임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2022년 6월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한 미 연방대법원은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이후 올해 초까지 전국 21개 주에서 사실상 낙태를 금지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프랑스 중도, 진보 진영과 여성계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곧장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하기 위한 개헌안들이 발의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월 헌법 제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개헌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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