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나도 곧 갈 테니 만나세”…故오현경 영결식 [포착]

이순재 “나도 곧 갈 테니 만나세”…故오현경 영결식 [포착]

5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서 영결식
유족·동료 연극인 100여명 참석

입력 2024-03-05 17:17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이순재가 헌화 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70년 연기 외길을 걸어온 고(故) 오현경의 영결식이 5일 엄수됐다. 이 자리에는 유족과 배우 이순재 등 동료 배우들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딸인 배우 오지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결식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진행됐다. 유족과 동료 연극인 100여명이 함께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열 연출가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고, 이어 고인의 육성이 담긴 연극 ‘봄날’의 공연 장면이 영상으로 흘렀다. 생전 뛰어난 발음과 화술을 자랑했던 고인이 “누구 있냐.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어?”라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사를 낭독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박정자가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동료 연극인들은 고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돌아보며 그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정우 대한연극협회 회장은 “선생님은 암 투병 중에서도 연기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스스로를 채찍질하셨다”며 “대사 한 줄이라도 틀리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시며 연극인의 자세를 보여주셨다”고 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이순재가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이순재씨도 함께했던 추억을 돌아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씨는 고인과 극단 실험극단 창립동인으로 함께 활동했었다. 그는 “실험극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우리는 국어사전을 펴놓고 화술을 공부할 정도로 화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TBC 시작할 당시 함께했던 남자배우들이 저와 고인을 포함해 6명이 있는데, 그중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다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며 “나도 곧 갈 테니 우리 가서 다 같이 한번 만나세”라고 작별을 고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정동환이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정동환씨는 “열심히 준비한 연극을 감상하신 선생님이 ‘대사가 하나도 안 들린다’ 하셨을 때 그렇게도 야속하고 절망적이었다”며 “그 야속함과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선생님 만난 반백 년 행복하고 감사했다.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딸인 배우 오지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딸 배우 오지혜씨는 “지난해 머리 수술을 받으시고 인지능력을 테스트하는데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아주 힘있게 배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는 연기를 종교처럼 품고 한길을 걸어오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지난 1일 별세한 연극배우 오현경의 연극인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배우 정만식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추모가 끝나고 고인은 생전 무대를 올렸던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식장을 떠났다.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연극인들이 뒤따르며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이후 고인은 천안공원묘원으로 이장돼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1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연극배우 오현경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936년생인 고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후 다수의 연극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드라마 ‘TV 손자병법’에서 만년 과장 역할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요양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1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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