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중지 자유’ 명시

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중지 자유’ 명시

입력 2024-03-05 17:36
프랑스 의회가 4일(현지시간) 낙태권이 명시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파리 에펠탑에 '임신중지의 자유(IVG)' 헌법화' 문구가 투사돼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의회가 낙태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에 낙태의 자유를 보장한 세계 최초 사례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며 누구도 여성을 대신해 그것을 통제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4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상하원은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고 낙태권이 담긴 개헌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했다.

프랑스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야엘 브룬 피베 하원의장은 “낙태는 이제 우리 기본권의 일부”라며 “우리는 절대 이 자유를 후퇴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결 직후 에펠탑에는 ‘내 몸은 내 선택’ 등의 문구가 표시됐고 낙태권 지지자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개헌에 따라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가 허용되고 있어 이번 개헌을 계기로 바뀌는 조치는 없다. 다만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권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가 4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탈 총리는 “오늘 프랑스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소유라는 역사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면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한 수많은 여성의 고통을 알고 있다.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과거의 비극과 그 고통에 대한 문을 닫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서 “프랑스의 자부심,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 낙태권을 헌법에 담으려는 움직임은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본격화했다. 낙태의 자유를 헌법에 명기해 되돌릴 수 없는 권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지난달 실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78%가 이를 지지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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