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수제맥주, 줄어든 냉장 밀키트…냉장 매대가 달라졌다

사라진 수제맥주, 줄어든 냉장 밀키트…냉장 매대가 달라졌다

입력 2024-04-01 17:47 수정 2024-04-02 14:15
지난해 5월 제주맥주가 서울 광장시장에서 진행한 '제주위트 시장-바' 행사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제주맥주 제공

엔데믹 이후 유통업계 ‘냉장 매대’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홈술’ 트렌드가 키웠던 수제맥주 시장이 엔데믹 이후 빠르게 내리막길로 내달렸다. 편의점 냉장고에 꽉 들어찼던 다양한 수제맥주 브랜드들이 속속 사라졌다. ‘집밥’ 트렌드로 인기를 끌던 다양한 브랜드의 냉장 밀키트는 유통업계 자체브랜드(PB) 중심으로 재편됐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업계 1위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제주맥주는 자동차 수리·부품 유통업체인 더블에이치엠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지난해 매출이 26억원 정도인 소규모 회사에 매출 225억원의 제주맥주 경영권이 넘어갔다.

제주맥주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수제맥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며 관심을 모았다. 팬데믹 기간 홈술 트렌드로 수제맥주 업계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제주맥주 브랜드로 여러 제품을 냈고, 이종업계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상장 첫해인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엔데믹 이후 상황은 더 나빠지면서 지난달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섰다. 40%의 인력을 감축하고도 경영난이 해소되지 못하며 경영권 매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게 됐다.

다른 수제맥주 기업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2위 기업인 세븐브로이도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대한제분과 협업해 출시한 ‘곰표밀맥주’가 편의점 수제맥주 시장을 휩쓸며 급성장했으나 대한제분과 지난해 결별하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매출(124억원)은 2022년 매출 실적인 329억원의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제맥주 시장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엔데믹 이후 주류 소비 트렌드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홈술족이 밖으로 나가면서 편의점에서 주로 살 수 있었던 수제맥주 수요가 급감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16%였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것도 수제맥주 업계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편의점 인기 상품은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데다 수제맥주를 대체할 상품 또한 다양하다. 다양한 컬래버 제품은 유행이 지나면 빠르게 사장된다. 가격 결정도 편의점에서 한다. 입지가 너무 좁은 것이다. 애초에 편의점을 핵심 판로로 삼은 게 성장의 한계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제맥주만큼은 아니지만 냉장 밀키트 시장도 팬데믹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손질된 신선한 재료를 밀봉한 뒤 제품에 적힌 간단한 레시피로 조리가 가능했던 냉장 밀키트는 팬데믹 기간 호황을 맞았다. 냉동 간편식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승부를 봤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고물가가 찾아오면서 냉장 밀키트 시장도 빠르게 식었다. 신선식품 중심으로 가성비 제품을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중소 브랜드들은 냉장 밀키트 카테고리를 크게 줄였다. 판로가 확실한 대형마트나 편의점 중심으로 유통업체 PB 정도만 남았다. 유통업계 PB 냉장 밀키트 상품은 인기 레스토랑과 협업한 RMR(레스토랑 간편식) 위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 반면 식품기업들은 재료비 부담이 덜한 냉동 간편식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제맥주도, 냉장 밀키트도 팬데믹 당시 호황을 맞았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트렌드가 바뀌고 시장 제반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두 시장의 부진은 예견된 일”이라며 “수제맥주는 상품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고, 밀키트 시장에서 냉장 카테고리는 시장성이 약화돼 유통 채널이 확실한 PB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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