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창작 그리고 또 창작… 서울시뮤지컬단은 변화중

창작, 창작 그리고 또 창작… 서울시뮤지컬단은 변화중

올 봄 신작 ‘더 트라이브’에 이어 인기 레퍼토리 ‘다시, 봄’ 잇따라 공연
김덕희 단장 취임 이후 중소 창작뮤지컬 개발 및 제작으로 방향성 전환

입력 2024-04-03 05:00 수정 2024-04-03 09:15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더 트라이브’의 리허설이 열리고 있다. 소극장 뮤지컬로는 드물게 11명이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 19일 개막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더 트라이브’(~5월 5일까지 S씨어터)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 작품은 유물 복원가 조셉과 시나리오 작가 끌로이가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실수로 깬 뒤 거짓말을 할 때마다 고대 부족이 춤추며 등장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창작 뮤지컬이다. 젊은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나다움’을 찾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전동민 극작·임나래 작곡의 ‘더 트라이브’는 원래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졸업독해를 거쳐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뮤지컬 대본 공모에 선정된 작품이다. 출연진이 7명이다 보니 대학로 소극장에서 3~4명이 출연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민간 제작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작품의 참신함을 높이 평가한 서울시뮤지컬단이 러브콜을 보내면서 공연이 올라가게 됐다. 오히려 고대 부족 등장 장면의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연진을 11명(더블캐스팅 포함 13명)으로 늘렸다. 이번 작품에는 단원 7명과 함께 객원 배우 6명이 참여한다.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더 트라이브’의 창작진과 배우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랫줄 왼쪽부터 김덕희 단장, 극작·연출 전동민, 작곡·편곡·음악감독 임나래, 안무 박신별. 세종문화회관

조셉 역으로 출연하는 객원 배우 강찬은 “대학로에서 그동안 해온 소극장 뮤지컬은 출연진이 많지 않다. 이번에 (소극장이지만) 11명이나 되는 인원이 출연하는 게 가장 크게 다가온다. 여기에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섞여 있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조셉 역에 더블캐스팅 된 서울시뮤지컬단 단원 김범준은 “지난해 이 작품의 낭독공연에 참여하면서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번에 본공연에 참여하게 돼 신나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더 트라이브’와 함께 5월 8일 개막하는 뮤지컬 ‘다시, 봄’(~6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의 연습도 시작했다. ‘다시, 봄’은 아내와 엄마의 이름 속에 자신의 꿈을 지우고 살다가 다시 시작하는 삶을 택한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중장년 단원이 과반수 이상인 서울시뮤지컬단의 특성을 고려해 기획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인기 레퍼토리 ‘다시, 봄’의 지난해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2022년 초연된 이 작품은 뮤지컬 장르에선 생소한 디바이징 씨어터(Devising Theatre)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즉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캐스팅된 7명의 여배우 단원이 자신들의 솔직한 경험과 이야기를 창작진과 공유하는 한편 일반 중년 여성들 인터뷰, 배우들 워크숍을 더해 작품이 만들어졌다.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아 지난해 바로 재연될 만큼 인기를 얻으며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세 번째 시즌인 올해는 단원 9명, 객원 배우 7명이 두 팀으로 나눠 무대에 오른다. 특히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해온 배우 예지원과 황석정이 뮤지컬에 도전해 눈길을 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지난 2022년 김덕희 단장 취임 이후 창작뮤지컬 개발 및 제작으로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표작이 라이선스 뮤지컬 ‘애니’로 인식될 만큼 자체 레퍼토리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부임 이전에 서울예술단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창작뮤지컬 제작에 잔뼈가 굵은 김덕희 단장은 “서울시뮤지컬단의 공공성은 창작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낭독공연을 제외하고 정식으로 무대에 올린 7편 가운데 신작은 5편이다. 이 가운데 ‘다시, 봄’과 ‘맥베스’는 자체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서 “그동안 무리하게 달려온 것은 단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1단계 목표로 최소 4~5편의 레퍼토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렇게 되면 한 작품을 2년마다 로테이션하면서 신작을 집중력 있게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의 인적구조나 예산 등을 고려할 때 탄탄한 중소극장 레퍼토리들을 먼저 축적한 뒤 대극장 레퍼토리에 도전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1년째 개발, 2년째 낭독공연, 3년째 초연의 제작 사이클을 정착시켜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초연된 서울시뮤지컬단의 ‘맥베스’ 공연장면. 세종문화회관

최근 서울시뮤지컬단의 변화는 김 단장이 제시한 단체의 방향성 재정립을 단원들이 받아들인 덕분이다. 전속 단원제로 운영되는 국공립 예술단체는 타성에 젖어 변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하지만 현재 25명의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은 변화를 수용했다. 이날 ‘더 트라이브’ 연습실에서 만난 단원 신대성은 “나를 포함해 많은 단원이 그동안 관성적으로 공연을 해오다가 중소형 창작뮤지컬에 집중하는 단체의 새로운 방향성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변화해 보자고 뜻을 모았고, 현재 변화해 가는 과정이다”면서 “서울시뮤지컬단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외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색깔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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