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드라마 쓴 ‘피지컬100’… “아시아 넘어 세계로 넓히고 싶다”

각본 없는 드라마 쓴 ‘피지컬100’… “아시아 넘어 세계로 넓히고 싶다”

입력 2024-04-04 17:15 수정 2024-04-04 20:14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시즌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비가 쏟아지듯 땀을 흘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하고도 이를 악물고 버텨낸다. 그렇게 하고도 상대방에게 지면 ‘내가 더 단련해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끈끈한 전우애와 불타는 경쟁심이 뒤엉키는 사이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오로지 본인의 몸과 머리만 가지고 상위 1%의 피지컬임을 증명해내는 이들에게 전 세계 시청자가 또다시 반응했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시즌2’가 지난 2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피지컬100’은 2년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달성하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74개국에서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팀전에서 떨어졌던 참가자가 패자부활전에서 극적으로 살아나 최종 우승을 하는 이야기에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장호기 PD와 최후의 3인 아모띠, 홍범석, 안드레진을 만났다.

장호기 PD. 넷플릭스 제공

각자의 영역에서 최강의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모여 ‘가장 완벽한 몸’을 찾아간다는 포맷은 같지만, ‘피지컬100’ 시즌1과 시즌2는 색이 좀 달랐다. 시즌1은 날것의 싸움판 같았다면 시즌2는 국제 스포츠 경기를 보듯 격식을 갖춘 느낌이 강했다. 시즌2에서 국가대표 참가자의 비중이 30%에 달하는 것만 봐도 무게감이 다르다. 이 때문에 ‘피지컬 탐구’라는 프로그램 본연의 취지에는 훨씬 가까이 다가섰지만, 화제성은 시즌1보다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PD는 “시즌2가 정말 어려운 숙제였다. 새로운 프로그램처럼 만들지, 어느 부분은 유지하면서 만들어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어느 기업에서 휴대전화를 낼 때 짝수는 완성도를 높이고 홀수에서 혁신한다는 말을 보고 좋은 모델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즌2는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시즌1 때는 출연자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고, 해외에선 퀘스트의 난이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예능 요소를 살린 캐릭터 발굴 대신 ‘피지컬 탐구’에 집중했다는 게 장 PD의 설명이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시즌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그러다 보니 게임의 난도를 높이게 됐고, 후반부로 갈수록 근력에 치중된 퀘스트들이 많았다. 2라운드 ‘공뺏기’ 퀘스트를 할 때만 해도 전략과 기술만 있다면 여성이 남성을 이기는 것도 가능했지만,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여성 참가자는 핸디캡이 됐다. 이에 장 PD는 “시즌1이 언더독의 서사였다면 시즌2는 강 대 강 서사가 더 많이 부각됐다”며 “워낙 피지컬이 센 참가자가 많아서 난도를 높이다 보니 체구가 작은 분들이 고생했다. 이 부분이 좀 아쉽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피지컬100’ 시즌2가 남긴 진한 땀의 이야기는 프로그램을 완주한 시청자에게 여운을 남긴다. 공교롭게도 최후의 1인 자리를 놓고 경쟁한 두 참가자 모두 ‘탈락 경험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준우승한 홍범석은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소방관으로 시즌1 때 관심을 모았지만 아쉽게 떨어졌었다. 홍범석은 “시즌1 때 (빨리 탈락해서) 그간 제가 쌓아온 모든 걸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처음 (시즌2 출연) 제안이 왔을 때 좀 두려웠지만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에 다시 도전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시즌2’에서 최후의 3인으로 남았던 안드레진, 아모띠, 홍범석(왼쪽부터). 넷플릭스 제공

최후의 1인이 된 아모띠는 3년 전 교통사고로 발목을 다친 뒤 크로스핏 선수 생활을 포기했고, ‘피지컬100’에선 팀전에서 탈락했다가 패자부활전을 거쳐 극적으로 돌아왔다. 위기의 순간마다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선 그가 우승했다는 사실은 더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아모띠는 3억의 상금을 자가 마련에 보태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도 “정지현 형님이 저를 (패자부활전에서) 살려주셨다. 그래서 체육관 오픈하실 때 장비 구매에 (상금을) 보태서 소소하게 응원을 드렸다”고 했다.

‘피지컬100’ 다음 시즌의 무대는 한국 밖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장 PD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즌3부터는 아시아에 있는 다양한 피지컬들이 한국에서 활약했던 분들과 함께 모이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며 “시즌1을 기획할 때부터 ‘월드’로 가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아시아 등 국가를 넓혀서 기획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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