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베이비몬스터로 시작된 5세대 걸그룹 대전… 빈부격차는 심화

아일릿·베이비몬스터로 시작된 5세대 걸그룹 대전… 빈부격차는 심화

입력 2024-04-11 17:35
아일릿(왼쪽)과 베이비몬스터. 빌리프랩,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가 야심 차게 데뷔시킨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를 주축으로 한 5세대 걸그룹 대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명확한 ‘세대’ 구분의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2023년 이후 데뷔한 그룹을 ‘5세대’로 분류하고 있다.

11일 연예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데뷔한 걸그룹만 최소 7팀이다. 여기에 데뷔 소식을 전하고 데뷔일을 기다리고 있는 그룹도 여럿이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역시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다. 두 그룹 모두 방시혁 의장과 양현석 대표가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했을 만큼 두 회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점에서 하이브와 YG의 대결로 읽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데뷔한 지 한 달도 안 된 두 그룹은 ‘최초’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데뷔한 아일릿은 미니 1집 ‘슈퍼 리얼 미’ 발매 후 첫 일주일간 총 38만56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K팝 걸그룹의 데뷔앨범 초동 최다 판매량(뉴진스·31만1000여장)을 넘겼다. 이후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8위, ‘글로벌(미국 제외)’에서 2위를 기록하며 K팝 그룹 데뷔곡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에서도 톱100 1위를 유지 중이다.

지난 1일 멤버 아현이 합류하며 7인조로 공식 데뷔한 베이비몬스터는 국내 음원 순위는 아일릿에 밀리지만, 음반 판매량과 유튜브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베이비몬스터의 미니 1집 ‘베이비몬스터’는 발매 후 첫 일주일간 총 40만1287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아일릿이 세운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또 공식 데뷔곡인 ‘쉬시’는 유튜브에서 K팝 걸그룹 데뷔곡 최단기간(10일) 1억뷰의 기록을 세웠다. 유튜브 구독자도 지난 10일 기준 5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국내 음원 성적은 상위권엔 들지 못하고, 이날 기준 멜론 핫100에서 40위권에 올랐다.

걸그룹 캔디샵.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각 기획사의 수장들이 이를 갈고 낸 걸그룹인 만큼 데뷔 초부터 흥행에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강렬할수록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중소기획사의 걸그룹들이 받는 주목도는 체감상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캔디샵, 비비업, 유니스, 리센느, 수피아 등도 아일릿, 베이비몬스터와 거의 동시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17일엔 비웨이브도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들 그룹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쳐 데뷔에 이르게 된 경우도 많아 어느 정도 실력 검증이 됐음에도 대중의 눈과 귀에 들기는 더 어려워졌다.

해외에서 K팝이 하나의 장르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곤 하지만, 계속해서 쏟아져나오는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생명력을 길게 갖고 살아남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실질적 수명이 굉장히 짧은 경우가 많다”며 “슈퍼스타를 꿈꾸고 뛰어드는 연습생이 많아져서 잠재적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보니 한두 개의 IP가 안됐을 때 빠르게 새로운 IP로 도전을 해야 되는 게 K팝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왼쪽부터 비비업, 수피아, 비웨이브. 이고이엔티, 캄푸스엔터테인먼트, 골드더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기획사의 크기를 막론하고 그간의 K팝 그룹 제작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중소기획사 출신 K팝 그룹도 실력과 곡의 완성도가 높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주목받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댄스 챌린지나 자체제작 콘텐츠(자컨), 릴스 같은 바이럴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투입하는 자본력이 그룹의 성적 및 인지도와 직결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임 평론가는 “대형 엔터사들이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며 ‘성공의 지름길’을 뚜렷하게 파악했다고 본다”며 “결국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획사 그룹들은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 매운맛, 독특한 맛으로 승부를 보려하는데, 지금과 같은 이지리스닝 트렌드에서는 멀어져버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