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란, 이스라엘 대규모 공습

복수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란, 이스라엘 대규모 공습

중동 위기, 대형 전쟁으로 확전 우려

입력 2024-04-14 05:43 수정 2024-04-14 11:17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수백대의 무장 드론(무인기)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대의 무장 드론(무인기)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공격을 가하며 중동 위기가 확대됐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사관 피폭에 대한 보복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건 처음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이란 참전으로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개입하는 대형 분쟁으로까지 확대할 우려가 커졌다.

이란 국영 TV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범죄에 대응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은 수십 대의 드론과 미사일로 시오니스트 정권 영토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이란 최고 국가 안보위원회의 명령이며 군 총참모부의 지도하에 이루어졌다”며 불법적이고 범죄적인 정권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점령지 내부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스라엘 매체를 인용해 “이번 공격에는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도 포함됐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00기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보도했다. ABC뉴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이란이 400~500개의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량 발사는 이스라엘의 대공 방어력을 압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이날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드론 공격을 먼저 시작한 뒤 이후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는 공격 속도를 맞춰서 이스라엘 방어를 교란하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설명했다.

드론의 발사 지점은 대부분 이란이었으며 이라크와 시리아, 남부 레바논에서도 일부가 발사됐다. 이란 공격에 맞춰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을 향해 공세를 가했다.

이스라엘은 물론 요르단, 이라크, 레바논 등 주변국들이 영공을 모두 폐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면 경계태세에 돌입하고 대공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을 가동했다. 드론은 자정을 지나 14일 오전 2시쯤부터 예루살렘과 서안, 골란 고원 등 이스라엘 본토에 도달했다. 이때부터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공중에선 아이언돔이 드론 등을 격추하는 폭발음이 들렸고, 섬광이 보였다.

다니엘 하기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란이 200발 이상의 드론과 순항 미사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대부분은 이스라엘이 동맹국의 일부 지원을 받아 요격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의 군 기지 한 곳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고, 소년 한 명이 파편에 맞아 다쳤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매체 ‘Ynet’는 자국군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99% 요격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 발언을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영국도 요르단과 시리아, 이라크 영공에서 이란 드론 요격에 나섰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미군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 드론을 계속 격추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추가적인 방어 지원을 제공하고, 이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트 샤프스 영국 국방장관도 성명을 통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기존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 전투기와 공중 급유기를 추가 배치했다”며 “임무 범위 내에서 (이란) 공격을 요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직접 공격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침공 이후 190일 만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 무장 단체 등의 산발적인 공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란이 직접 공격을 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공격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고위 간부 7명이 사망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란은 그동안 보복을 다짐해 왔고,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이란 공격이 임박했음을 언급했다.

앞서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혁명수비대(IRGC)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연관된 선박을 나포했다”며 “포르투갈 국적의 이 배는 에얄 오페르라는 시온주의 거물이 소유한 기업 ‘조디액’이 운영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은 동맹과 향후 대응을 위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델라웨어 별장에서 휴일을 보내던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백악관으로 긴급 복귀해 안보팀과 회의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란 공습을 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과 다른 파트너 및 동맹들과도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 지원은 철통같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미국은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이란의 이러한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각각 이스라엘 차히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도 “이란의 무모한 공격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라크를 포함한 모든 지역 파트너의 안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은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으며, 영국은 동맹과 협력해 상황을 안정시키고 추가 확전을 막기 위해 긴급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서방 동맹도 일제히 이란의 공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추가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WSJ는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은 양국 간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을 가져오고, 더 광범위한 지역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란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다시 반격에 나설 것이냐가 확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