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의 산업화·국제화로 활로 찾는다”…中 농업도시 허쩌의 도전

“모란의 산업화·국제화로 활로 찾는다”…中 농업도시 허쩌의 도전

입력 2024-04-14 18:18
중국 산둥성 허쩌의 차오저우모란원.

제33회 허쩌국제모란문화관광축제가 열리는 중국 산둥성 허쩌시의 차오저우(曺州)모란원을 지난 11일 찾았다. 지난 8일 개막해 다음 달 중순까지 열리는 축제의 중심 무대인 이곳에선 9가지 색상, 10가지 유형, 1280종 이상의 모란이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채 상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청나라 초기까지 차오저우로 불린 허쩌는 중국 고전소설 ‘수호전’의 무대로 이름난 역사도시지만, 인근 허난성의 뤄양과 카이펑 등 왕조의 수도였던 도시들에 비해 관광지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상주인구만 870만명이지만, 주력 산업이 농업이어서 산둥반도의 산업·무역도시인 칭따오, 옌타이 등에 비해 경제도 낙후돼 있다.

허쩌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모란이다. 중국에서 모란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공식 국화가 없는 중국에선 모란이 사실상 국화로 대접받으며 주요 국제행사 무대를 장식한다. 세계 최대 모란 생산·육종·수출기지가 허쩌다.

허쩌는 수나라 때부터 1500년 이상 모란을 재배해왔다. 제로환이라는 플로리스트가 수나라 양제를 위해 모란꽃을 재배했다는 기록도 있다. 청나라 때는 허쩌의 모란이 천하제일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2012년에는 중앙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중국 모란의 수도’라는 명칭을 받았다.

허쩌의 모란 육종과 재배 기술은 독보적이다. 허쩌모란종묘교역센터는 지금까지 약 60억 그루의 모란 종묘를 수출했다. 매년 미국, 러시아, 독일 등 30여개국에 수출하는데 세계 모란 종묘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는다. 허쩌는 1992년부터 오랜 역사의 차오저우모란원 등 10여곳의 모란원들을 가꾸고 다듬어 축제를 여는 등 관광객 유치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모란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나섰다. 모란산업단지를 조성해 차, 식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약재 등으로 다양하게 산업화하는 중이다. 현재 허쩌시에는 120개 이상의 모란 생산·가공·수출 기업이 있다. 260개 이상의 모란종자유, 모란차, 모란성분을 활용한 생활용품과 생의약제품이 개발돼 있다. 도자기, 그림, 실크 등 모란 문양을 활용한 예술품 창작도 활발하다.
중국 산둥성 허쩌에서 12일 열린 '2024 모란국제전파포럼'.

‘모란=허쩌’가 될 수 있도록 해외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허쩌시에서 12일 열린 ‘2024 허쩌 모란 국제전파포럼’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모란이 지닌 인문학적, 역사적, 산업적, 국제적 가치를 강조하며 첨단산업화와 세계화를 주문했다.

궈웨이민 전 국무원 신문판공실 부주임은 “낙후된 허쩌시가 모란의 산업화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며 “모란은 허쩌시를 포함한 중국의 발전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순지셩 외교학원 부원장은 “지난해 6억 송이의 모란꽃을 해외에 판매했고 모란 관련 판매액이 108억 위안(약 2조500억원)에 달했다”며 “부귀지화(부귀의 꽃)로 불리며 관상용으로 키웠던 모란이 이제는 경제적 가치를 키우는 ‘경제지화’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모란 덕분에 허쩌시의 경제발전지수도 높아지고 있다”며 “모란산업의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농업을 기초로 고부가가치 연관산업을 발전시키는 허쩌의 전략에 주목한다. 도·농격차 해소와 농촌 낙후 문제 해결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며 출렁다리나 케이블카처럼 과시적인 시설물 설치에 경쟁적으로 재원을 쏟아붓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허쩌=글·사진 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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