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인’ 여정이었어…

정말 ‘기~인’ 여정이었어…

‘기인’ 김기인, 2479일 만에 ‘무관의 제왕’ 탈출
젠지, 14일 2024 LCK 스프링 결승전서 T1에 3대 2 역전승

입력 2024-04-14 20:35

‘기인’ 김기인이 프로게이머 데뷔 2479일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다.

김기인의 소속팀 젠지는 14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T1에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2·3세트를 내리 패배했지만, 이후 두 번의 세트를 연달아 잡아내 역전에 성공했다.

길고 지저분한, 그러나 우여곡절이 모두 빼곡히 적힌 문장이었던 김기인의 커리어에 비로소 마침표가 찍혔다. 그는 2017년 7월 에버8 위너스에서 데뷔한 이후 2등부터 10등까지 모두 기록해봤지만 딱 하나의 등수, 1등만은 해보지 못한 비운의 선수였다.

그는 LCK에서 가장 오랫동안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다. 비슷한 꼬리표가 붙어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우승을 이루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자격을 얻어내는 동안에도 그는 정상은커녕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해왔다. 그는 지난해 KT 롤스터로 이적 후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3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2024 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 중계화면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지난해 그가 젠지 입단을 결정하면서 에이전트에게 밝힌 팀 선택 이유였다. 그리고 약 5개월 뒤 그 말을 증명해냈다. 이번 결승전에 임한 10명의 선수 중 우승 기록이 없는 건 김기인뿐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결승전에서 가장 빛난 것도 김기인이었다.

기나긴 시즌의 마지막 경기, 길어진 시리즈, 전날 링거를 맞아야 했을 정도로 좋지 않았던 몸상태. 가장 집중력이 떨어져야 할 순간에 그는 가장 침착하고 영리했다. 5세트에서 크산테로 ‘제우스’ 최우제(자크) 상대로 두 차례 솔로 킬을 따내더니, 후반 한타 상황에서도 탱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 스스로 자신의 첫 우승을 결정지었다.

평소 감정의 동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기계인간’으로 불리기도 했던 김기인이지만, 자신의 염원을 이룬 직후에는 이례적으로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승 직후 눈물을 흘리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5번의 세트 내내 가장 꾸준히 활약한 그는 파이널 MVP로도 선정돼 그간의 설움을 단번에 씻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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