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안 천사섬에 베드로의집이 돌아왔다…“잃어버린 1년 되찾은 것 같아”

[단독] 신안 천사섬에 베드로의집이 돌아왔다…“잃어버린 1년 되찾은 것 같아”

기점·소악도가고싶은섬협동조합
섬티아고 순례길 12사도 표지판 복원
“기존 표지판, 오는 6월 철거 논의 중”

입력 2024-04-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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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인 12사도 예배당에 기존 명칭을 담은 표지판이 설치됐다. 당초 '베드로의집'이었던 예배당 표지판은 지난해 4월 '건강의집'으로 교체됐으나, 주민들이 15일 자체 제작한 표지판을 나란히 세웠다. 기점·소악도가고싶은섬협동조합 제공

전남 신안군 천사섬 섬티아고 순례길을 따라 조성된 ‘12사도 예배당’이 본래 명칭을 되찾았다. 불교계의 종교차별 민원으로 표지판이 교체된 지 1년 만이다. 사도 명칭을 새긴 새 표지판은 지역 주민 10여명의 모금과 천사섬 숙박업소 직원의 재능 기부로 제작됐다. 새 표지판 옆에 남아 있는 기존 표지판은 오는 6월 철거가 논의되고 있다.

“표지판은 만들고 있었는데 선뜻 설치하진 못했습니다. 신안군에서 철거할까 봐 눈치가 보였거든요. 국민일보 보도(국민일보 1월 23일자 33면 참조)에서 신안군 입장 확인한 뒤 ‘설치해도 되겠다’ 안심했어요. 표지판은 지난달에 다 만들었습니다.”

김양운 소악도 이장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점·소악도가고싶은섬협동조합이 어제(15일)부터 표지판 설치에 나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이장은 “‘12사도 표지판이 어디갔냐’는 항의 전화를 지난 1년 동안 적지 않게 받았는데 이제 부담을 좀 덜게 됐다”며 “잃어버린 1년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섬티아고 순례길 관광객이 최근 1년간 10명에서 7명꼴로 줄어들었다”며 “이전만큼 많은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곳 주민들도 섬을 더 발전시키고, 무엇보다 친절한 태도로 순례객들을 맞이하겠다”고 전했다.

전남 신안군 천사섬 주민들이 3개월간 제작한 12사도 예배당 표지판. 기점·소악도가고싶은섬협동조합 제공

섬티아고 순례길은 전남 신안군의 5개 섬(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을 잇는 12㎞ 구간을 일컫는다. 2017년 전남 ‘가고 싶은 섬’ 조성 사업에 선정된 뒤 섬 곳곳에 마련된 12개의 작은 건물이 12사도 예배당이다.

2019년 완공 당시 예배당 앞엔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이름을 딴 목재 표지판이 세워졌으나, 지난해 4월 표지판은 각각 건강의집 감사의집 등으로 교체됐다. 조계종이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에 종교 차별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순례길 작가들은 준공 전 예배당을 중의적인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목적에서 예배당에 두 가지 명칭을 붙였는데, 베드로의집(건강) 안드레의집(생각) 야고보의집(그리움) 요한의집(생명평화) 빌립의집(행복) 바르톨로메오의집(감사) 도마의집(인연) 마테오의집(기쁨) 야고보의집(소원) 유다다대오의집(칭찬) 시몬의집(사랑) 유다의집(지혜) 같은 식이었다.

전남 신안군 천사섬 주민들이 제작한 바르톨로메오의집 표지판. 기점·소악도가고싶은섬협동조합 제공

이날 오전 10시 기준 주민들은 총 4곳(베드로의집·요한의집·필립의집·바르톨로메오의집)에 직접 제작한 표지판을 세웠다. 1년 전 들어선 표지판은 주민들이 철거할 수 없어 나란히 세워져 있는 상태다.

신안군 작은섬정원과 관계자는 “애초 섬 관광 활성화와 주민들의 자립이 조성 사업 목적이었다”며 “오는 6월까지 기존 표지판을 철거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실질적인 순례길 관리 주체는 기점·소악도가고싶은섬협동조합이었다. 예배당은 군 소유지만 당초 조성 당시 주민들의 사유지를 일부 빌려 순례길이 조성됐다”며 “종교 차별 민원이 또 제기되더라도 주민들이 세운 표지판은 철거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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