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도 인간입니다’ 목회자·성도 모두 공감한 페북글

‘성직자도 인간입니다’ 목회자·성도 모두 공감한 페북글

입력 2024-04-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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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현 영등포교회 사제 페이스북 캡처

대한성공회 전례위원인 주낙현 영등포성당 관할사제가 정신적 어려움 등으로 세상을 떠난 목회자를 위한 논의와 기도가 필요하다는 SNS 글에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가 공감했다.

주 사제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종종 성직자가 세상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노화나 병사가 아닌 소식이 자주 있어 마음이 아프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국과 한국에서 그 슬픈 소식들을 접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관한 연구가 무척 부족하다. 쉬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덕이 안된다는 말까지 한다. 성직자로서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설교와 사목, 온갖 구설수 등으로 “(성직자들이)정신적인 피로에 휩싸여 헤매다가 여러 일에 압도당하여 손을 들어버리는 일이 많다”면서도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성도를 위해 성직자로 남길 갈망한다고 강조했다.

‘성직자도 인간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직자는 여러분을 필요로 하다’로 끝나는 그의 글에는 300건에 가까운 공감 반응이 이어졌다. 주 사제는 성직자를 위한 기도와 동역, 소통을 부탁했다. 특히 ‘오늘 하루라도 성직자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성도부터 ‘성직자인 저에게 너무 필요한 글’ 이라는 목회자 댓글이 달렸다.

다음은 주낙현 사제의 페북글 전문이다

성직자를 기억해 주세요. 기도해 주세요.

종종 성직자가 세상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노화나 병사가 아닌 소식이 자주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국과 한국에서 그 슬픈 소식들을 접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글을 쓰려고 몇 번이나 했으나,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관한 연구가 무척 부족합니다. 쉬쉬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덕이 안된다는 말까지 합니다. 나 자신, 성직자로서 참담한 심경입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많은 성직자/목회자가 일을 그만둡니다. 팬데믹 사태 이후에는 더욱 심해졌다고 합니다. 신앙이 부족하거나, 소명감이 약해진 탓이 아닙니다. 경제적인 궁핍이나 곤란 때문만도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의 어느 분이 알려준 내용을 내 경험에 빗대어 살피고 고쳐서 옮겨봅니다.)

성직자는 정신적인 피로에 휩싸여 헤매다가 여러 일에 압도당하여 손을 들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성직자가 되기 전까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영적인 짐을 져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한밤중에 갑자기 일어나 신앙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언제라도 어떤 이가 마음에 걸려 잠을 설치거나 깨어납니다. 잠시 교회와 성당을 떠나 있을 때도 신자들에 관해서 여전히 걱정을 털어버리지 못합니다.

어떻게 강론하고 설교할까, 무엇을 담아 가르칠까,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도록 할까, 주일의 선포에 내내 마음이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말을 듣고 비판을 받습니다.

사목을 더 잘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이런 부분 저런 부분에서 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말에 시달리고, 스스로도 억눌리고는 합니다. 성직자는 자기 삶 전체를 신자들에게 투여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 같습니다.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어떤 문제라도 조금 생길라치면 섭섭해하고 등을 돌리고도 합니다.

- 성직자는 언제나 이런저런 논쟁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 성직자는 온갖 구설수와 소문에 시달립니다.
- 성직자는 거의 깨진 결혼 문제로 상담을 합니다,
- 성직자는 상실을 경험하는 이들을 위로합니다.
- 성직자는 불완전한 사람들이 신앙 안에서 성숙하기를 바라는 열망으로, 그 불완전한 사람들의 홍수를 헤쳐나갑니다.
- 성직자는 영적인 돌파구를 찾고자 합니다.
- 성직자는 신자들을 위해 최고의 것을 기원합니다.
- 그러면서도, 성직자는 자신의 육신과 싸워나가며, 하느님과 누리는 관계 안에서 성장하려고 분투합니다.
- 성직자는 인터넷 게시물도 살펴봅니다.
- 성직자는 속삭이는 비난을 듣습니다.
- 성직자는 부정적인 반응과 태도들을 참고 견디고 있습니다.
- 성직자는 늑대를 몰아내면서 양 떼를 돌보는 일을 계속합니다.
- 성직자는 쏟아붓고 또 쏟아붓습니다. 무엇 때문에 성직자는 계속 성직자로 남을까요? 바로 여러분, 그대들 때문입니다.
- 진정으로 영적으로 배고픈 여러분,
- 열정과 자유로 예배하는 여러분,
- 예수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인 여러분.
-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한 희망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려는 여러분, 외로운 이들인 여러분.
- 평화와 희망, 공동체를 찾아 처음으로 성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러분.
- 바로 여러분, 그대 때문에 사제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그러니 성직자를 위하여 기도해 주세요. 성직자와 함께 봉사하고 헌신해 주세요. 성직자와 대화해 주세요. 성직자를 격려해 주세요.

성직자도 인간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직자는 여러분을 필요로 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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