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되도록 도와줄게”…여교사에게 매일 뽀뽀한 교장

“장학사 되도록 도와줄게”…여교사에게 매일 뽀뽀한 교장

경북도교육청, 경찰 수사 개시 통보 받고 일주일 지나서 교장 직위 해제

입력 2024-04-17 10:47 수정 2024-04-17 10:56

경북 안동의 한 중학교에서 교장이 여교사를 6개월간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 교사의 신고에도 교육청이 늑장 대처하면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안동의 한 중학교 A교사가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신고한 건 지난 2월이었다.

여교사는 지난해 9월 부임한 교장이 “장학사가 되도록 도와주겠다”며 이마에 뽀뽀하거나 껴안는 등 상습적으로 추행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은 6개월 동안 계속됐다.

여교사는 “교장이 아침마다 손을 잡고 이마에 뽀뽀했고, ‘너 (가슴) A사이즈 맞지?’라고 묻는가 하면, ‘내가 (속옷) 사다줄테니까 꼭 입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동교육지원청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냈고, 경찰도 지난 1일 교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교장은 조사가 시작되자 병가를 낸 교사의 집에 찾아가는가 하면, 사흘간 70통이 넘는 전화나 문자를 하는 등 2차 가해 정황도 포착됐다.

하지만 경북도교육청은 경찰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도 일주일이 지나서야 교장을 직위 해제하는 등 늑장 대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교조 등 공동대책위원회는 2차 가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교장을 즉시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학교장에 의한 교사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6일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속적인 성폭력과 2차 가해 학교장을 즉시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공대위 측은 “A씨는 지난해 9월 교장이 해당 학교로 부임한 직후부터 수시로 교장실로 불려가 추행을 당했다”며 “피해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횟수도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용기를 내 이를 신고한 A교사는 안일한 경북교육청의 대응에 2차 피해까지 입었다”고 지적했다.

지승엽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학교는 그 어떠한 곳보다 더 윤리·도덕적인 곳이고 그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는데 그런 학교장이 중책을 맡은 교사에게 지속적 성폭력을 행사했다”며 “경북교육청은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자신들이 만든 신고 매뉴얼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채 서류 미비를 문제 삼고, 직위해제를 미뤄 피해 교사는 가해 교장에게 70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를 받으며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손미현 전교조 경북지부 사무처장은 “가해자는 내년 9월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퇴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교육청은 해당 교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조만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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