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실수로 英부부 황당 이혼… 법원은 “취소 불가”

변호사 실수로 英부부 황당 이혼… 법원은 “취소 불가”

변호사 착오로 최종 이혼 명령 내려져
로펌 “실수, 당사자 동의 없어 무효”
법원 “변호사는 법률대리인… 무를 수 없어”

입력 2024-04-17 14:43 수정 2024-04-17 14:48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의 클릭 실수 한 번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이혼을 당한 영국 커플의 사연이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현지 매체는 “이 사건은 ‘이혼의 디바’라 불리는 이혼 전문 변호사 아예샤 바르다그가 대표로 있는 로펌 ‘바르다그(Vardag)’ 소속 변호사의 착각으로 벌어진 사고”라고 보도했다.

해당 변호사는 영국 정부 온라인 포털 상에서 의뢰 고객들의 이혼 절차를 처리하던 와중 실수로 엉뚱한 부부의 최종 이혼신고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이들 윌리엄스 부부는 21년간 이어온 결혼 생활을 뒤로하고 지난해부터 별거를 시작했으며, 바르다그 로펌은 윌리엄스 부인 측 변호를 맡아 부부의 재산분할 합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잘못 신청된 윌리엄스 부부의 이혼 신고서는 곧바로 수리되었고, 접수 21분 만에 법원의 최종 이혼 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이틀이 지나서야 실수를 인지한 로펌 측은 영국 고등법원에 “단순 실수였다. 변호사가 버튼을 잘못 클릭했다”며 명령을 취하해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앤드루 맥팔레인 잉글랜드·웨일스 가정법원 수석판사 겸 고등법원 가사부 재판장은 “여타 온라인 행정 절차와 마찬가지로 이혼 절차 역시 일련의 동의를 구하는 화면을 수차례 통과한 후에야 최종 화면에 도달할 수 있다”며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는 로펌 측 주장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바르다그 로펌은 “국가가 사무적인 실수 때문에 이혼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는 국민을 억지로 이혼시켜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며 “우리 로펌의 젊고 유능한 변호사는 한순간 저지른 실수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중 누구라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맥팔레인 재판장은 “변호사는 부인의 법률 대리인으로 그들을 대신해 법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부인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명령을 무효화할 수 없다”며 로펌 측 요청을 기각했다. 이어 “최종 이혼 명령에서 비롯되는 확실성과 최종성을 존중하고 현상을 유지함으로써 강력한 공공 정책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부부 중 한 명이 결혼이 파국을 맞은 만큼 이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면 배우자의 동의가 없어도 이혼 절차를 밟을 수 있다.

2022년 이전에는 배우자의 간통이나 불합리한 행동 등을 증명하거나 최소 2년 이상 별거해야만 이혼할 수 있었지만, 이혼법 개정 이후에는 배우자 잘못을 증명하지 않더라도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무과실 이혼’(No-fault divorce)이 가능해졌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는 변호사의 도움 없이도 영국 정부 온라인 포털을 통해 이혼을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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