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기독교인 104명 희생… ‘한국전쟁 종교인 학살’ 첫 인정

전북 기독교인 104명 희생… ‘한국전쟁 종교인 학살’ 첫 인정

북한군·빨치산 등 적대 세력에 의해 희생
한국전쟁 전후 종교인 1700여명 희생

입력 2024-04-17 15:02
한국전쟁 당시 전북 군산 신관교회 교인들이 희생된 군산대 공대 뒤 '신관리 토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전후 시기 북한군과 빨치산 등에 의해 희생된 전북지역 기독교인 104명을 ‘종교인 학살 사건 희생자’로 처음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16일 열린 제76차 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 등 종교인 희생사건 중 전북지역 기독교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전후 전국에서 약 1700여명에 달하는 종교인 희생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 희생자의 경우 종교별, 지역별로 순차 발표할 예정이다.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 사건은 한국전쟁 전후 인민군, 지방 좌익, 빨치산 등이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유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번 조사에서 진실화해위는 1950년 7~11월 전북 군산·김제·정읍 등 8개 지역 24개 교회에서 104명이 희생된 사건을 조사했다. 절반 이상(60명)의 희생자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한군이 퇴각하던 9월 28일 즈음에 나왔다. 일반 교인이 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집사(23명), 장로(15명), 목사·전도사(6명) 순이었다. 이 중에는 ‘국내 제1호 변호사’ 홍재기 변호사를 비롯해 제헌 국회의원 2명(백형남, 윤석구)도 포함됐다.

정읍 지역의 경우 빨치산이 교회와 교인의 집을 불태우고 불길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을 찔러 아이부터 노인까지 2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기독교인들이 대거 월남했고 우익단체 등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좌익의 비협조 세력으로 규정했다고 분석했다. 예배당 사용 문제를 놓고 기독교와 인민위원회 사이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미국 선교사와 가까웠던 기독교가 친미세력으로 여겨진 측면이 있다고도 봤다.

진실화해위는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와 교회·교단 기록 등을 토대로 전국에서 학살된 종교인 약 1700명의 명단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진실화해위는 북한 정권에 사과를 촉구하고 피해 회복과 추모 사업을 지원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2022년 5월 한국전쟁 시기 적대세력이 벌인 종교인 학살의 원인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직권 조사(국민일보 2022년 4월 27일자 1면 참고)를 결정했다. 당시 진실화해위는 “기독교 희생 사건은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사실 규명과 더불어 역사적이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학살피해의 원인과 성격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위원회에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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