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맞은 페퍼톤스 “‘페퍼톤스 음악’이요? 그냥 ‘우리’죠”

20주년 맞은 페퍼톤스 “‘페퍼톤스 음악’이요? 그냥 ‘우리’죠”

입력 2024-04-17 17:05
페퍼톤스. 안테나 제공

“3집까지는 서로 데모를 들려주고 앨범을 꾸리면서 ‘이거 페퍼톤스야?’ ‘이거 아닌데?’ 하면서 저희끼리도 정의되지 않은 말을 했었어요. 페퍼톤스가 뭐냐에 대해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수 없어서 밑도 끝도 없이 많이 얘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요즘 들어서는,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우리 둘이 같이 머리를 짜내서 뭐가 나오면 그게 페퍼톤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를 발매한 페퍼톤스를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페퍼톤스의 음악을 정의할 수 있는 말이 무어냐는 질문에 이장원은 이같이 대답했다. 20년을 함께 음악으로 묶여 달려오며 자신들의 음악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왔지만, 이들이 내린 결론은 ‘우리 자체가 페퍼톤스’란 것이었다.

페퍼톤스 콘셉트 포토. 안테나 제공

카이스트 전산학과 99학번 동갑내기 신재평과 이장원으로 구성된 페퍼톤스는 2004년 ‘후추처럼 기분 좋은 자극을 주겠다’며 의기투합해 결성된 팀이다. 2005년 첫 정규음반 ‘컬러풀 익스프레스’를 발매하며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들은 밝고 신나는 멜로디로 청춘을 노래하고 희망을 전하는 음악을 계속해왔다. 신재평은 “신나는 음악을 발표해놓으니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즐거워졌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너무 좋고 보람찼다”며 “더 대중적인 음악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가볍게 힘내자고만 말하기엔 현실은 더 복잡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저희가 계속 지켜온 건 낙관적인 이야기, ‘괜찮을 거야 잘될 거고 희망을 잃지 말자’라는 이야기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밝고 즐거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맑은 날에만 곡 작업을 한다’는 인터뷰를 데뷔 초기에 한 적이 있었다. 여전히 같은 음악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곡 작업 방식도 변함이 없는지 묻자 신재평은 “작업실 채광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오는 날은 어두워서 선호하진 않지만, 그런 걸 따지기엔 너무 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페퍼톤스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랜티' 커버 이미지. 안테나 제공

이번 앨범엔 이들이 지나온 20년과 앞으로의 행보가 한 데 담겼다. 앨범의 콘셉트 포토로 정규 5집 ‘하이-파이브’(2014)와 정규 4집 ‘비기너스 럭’(2012)의 앨범 커버 이미지를 재현하는 한편, 앨범을 A, B 사이드로 나눠 과거와 미래를 이었다. CD 1 ‘서프라이즈!!’에는 잔나비, 루씨, 나상현씨밴드, 스텔라장 등이 페퍼톤스의 대표곡을 재해석한 10개의 트랙이 담겼다.

CD 2 ‘<<리와인드’에는 타이틀곡 ‘라이더스’를 비롯해 ‘리와인드’ ‘코치’ ‘불쑥’ ‘다이브!’ 등 신곡 9곡과 지난해 3월 발매한 ‘프레시맨’의 리믹스 버전이 수록됐다. CD 2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되감듯 세상에 소개되지 못하고 품에 간직돼있던 곡들을 꺼내 새롭게 구성했다. 20주년을 되감아 보는 콘셉트인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외장하드, 수첩, 스마트폰 등을 뒤적이며 오래된 습작과 데모들을 공유하고 골라내는 시간을 가졌다.

페퍼톤스 콘셉트 포토. 안테나 제공

두 사람이 함께한 20년을 되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밴드의 대표곡을 물었다. 이장원은 “데뷔 EP를 내고 대전에서 재평이를 만나서 놀다가 밤에 편의점에 갔는데 우리 노래가 들렸다. 그래서 편의점 직원에게 ‘이거 우리 노래예요’라고 얘기했던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신재평은 “공연 세트리스트를 짤 때 꼭 빼놓지 않는 게 ‘행운을 빌어요’다. 그 곡이 저희를 대표하는 곡인 것 같다”고 답했다.

변함없는 목표로 20년을 달려온 페퍼톤스의 향후 목표는 뭘까. 이장원은 “착실하게 계속 우리의 세계관을 넓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신재평은 “작은 것들은 변하고, 새로운 모습들이 들고나더라도, 둘이 나란히 서서 노래하고 농담 따먹기를 할 때, 그때도 여전히 누군가 그걸 보러 와주고 음악을 들어주는 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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