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도입 연기, 구조조정… ‘전기차 캐즘’에 전 세계 완성차 칼바람

전기차 도입 연기, 구조조정… ‘전기차 캐즘’에 전 세계 완성차 칼바람

입력 2024-04-17 18:33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던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 현상)에 접어들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공격적 투자를 통해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힘써온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는 등 생존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조직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감원 규모는 1만4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 전체 직원 수는 약 14만명이었다. 구조조정에는 임원급도 포함된다. 드루 배글리노 수석 부사장과 로한 파텔 공공정책·사업개발 부문 부사장 등이 조직을 떠난다.

테슬라가 이같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의 영향이 크다.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은 38만6810대에 그쳤다. 테슬라 분기 인도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건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테슬라만이 아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내연기관 차량 대비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전기료 상승 등을 이유로 침체기에 빠졌다. 여기에 가격 인하 경쟁까지 붙으며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캐즘의 장기화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완성차 업계에선 ‘전기차 속도 조절론’이 부상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생산직 1300명을 해고했다. 이는 GM이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2025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조치다. 포드는 올해 1월 미국 전기차 공장 직원 1400명을 줄였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올해 2월 직원들에게 10% 감축 통보를 했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2026년까지 100억 유로(약 14조7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제2의 테슬라로 불렸던 미국의 피스커는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되는 일을 겪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춘 완성차 업체도 다수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동화 전환 목표를 5년 연기하고 내연기관 모델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던 3열 스포츠유틸리티 전기차 출시 시기를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

자동차 산업은 당분간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기아는 최근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 총 9개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GM은 북미 지역에서 PHEV 차종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올 초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게 도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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