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성범죄 녹취본 복사허가…피해자 “2차 가해는? 재판부 소송도 준비”

정명석 성범죄 녹취본 복사허가…피해자 “2차 가해는? 재판부 소송도 준비”

피해자들 재판부에 불허 요청
“고소 취하도 불사하겠다”

메이플 “내 삶을 살고 싶다”
김도형 교수 “재판부 책임 물을 것”

입력 2024-04-21 10:48 수정 2024-04-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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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총재 정명석 교주를 성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자 메이플씨가 지난 2022년 3월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연 기자회견 도중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여신도 준강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총재 정명석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성범죄 피해 사실이 담긴 녹취파일 복사를 허가했다. 이같은 결정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JMS는 한국 개신교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을 비롯해 예장고신·합동 등에서 이단 단체로 규정한 곳이다. JMS 피해자들은 녹취파일이 복사될 경우 고소 취하도 불사하겠단 뜻을 밝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JMS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덕수는 지난 19일 정씨의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대전고등법원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에 성범죄 피해 사실이 녹음된 파일에 대한 피고인 측의 복사 신청을 불허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6일 정씨 측은 범행 정황이 담긴 증거물인 녹취파일의 복사를 요청했고 재판부는 “피해 상황이 녹음돼있는 파일의 증거능력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녹음파일을 열람·복사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법무법인 덕수는 의견서에서 “JMS 측은 피해자들을 ‘정신병자’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으로 묘사해 이들의 피해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해왔다”며 “또 집회에서 피해자들의 일기장과 사진, SNS 아이디 등을 무대 영상에 공개하고 한국인 신도의 프로필 사진을 노출하는 등 조직적으로 2차 가해 행위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JMS 측의 조직적 2차 가해행위 경과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측이 녹음파일 복사본을 확보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녹음파일 복사본을 신도들에게 배포해 집회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할 것이고, 피해자다운 태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비난하고 공격하는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녹음파일은 피해자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녹음파일 열람만으로도 증거 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불허를 요청했다.

피해자들은 녹음파일이 복사될 경우 고소를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메이플씨는 해당 재판부에 전화해 “파일을 그 사람들(JMS)이 갖고 있으면 뭘 할지 알 수 없다”며 “제 모든 걸 다 공개하고 고소했는데, 제가 얼마나 더 기다리고 참아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이어 “만약 그렇게 (녹취파일 복사를) 허락하면 제가 고소 취소하겠다”며 “이제 더는 안 하고 싶다. 너무 힘들다. 나도 내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JMS 피해자들을 도와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검증을 마친 증거물인데 왜 복사를 허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재판부에 2차 가해로 비롯된 형사사건의 사건번호까지 제출했음에도 재판부는 피해자 입장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판부는 ‘유출되지 않도록 워터마크를 붙이겠다’는 등 대응책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이는 되레 유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녹음파일 복사로 2차 가해가 벌어질 경우, 재판부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씨 모습. 국민일보 DB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 받았다.

JMS는 성경 해석과 구원관 등에서 반기독교적 등의 이유로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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