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품고 가는 ‘종말의 바보’… “불편” VS “다른 배우 피해”

유아인 품고 가는 ‘종말의 바보’… “불편” VS “다른 배우 피해”

입력 2024-04-24 17:09 수정 2024-04-24 20:44
오는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배우 유아인이 출연해 공개가 불투명했던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가 오는 26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유아인은 다수의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아 현재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물의를 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작품을 통해 강제로 복귀하는 셈이다.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배우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이라면 공개를 무기한 연기하고, 방영 중인 드라마의 경우는 대체 배우를 투입하거나 통편집을 하는 식으로 대응을 해왔다. 그런데 사전제작에 글로벌 공개를 전제로 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넷플릭스가 ‘재편집 후 공개’ 방침을 택한 건 이런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다.

‘종말의 바보’는 지난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2월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제기되면서 공개를 연기했다. 그러다 최근 넷플릭스는 ‘종말의 바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넷플릭스 측은 24일 “촬영 중이었다면 캐스팅 변경도 고려했을텐데 촬영이 다 끝난 뒤 벌어진 일이었다.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지만 재편집이 가장 현실적이었다”며 “유아인 배우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배우와 제작진이 노력해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 개인의 이슈가 작품을 해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안은진, 전성우, 김윤혜와 김진민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유아인이 작품에서 맡은 하윤상은 주인공 진세경(안은진)의 연인이자 그의 어려움을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꽤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통편집은 고려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본편에서 유아인이 어느 정도로 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예고편과 포스터 등에선 유아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결정에 반응은 둘로 나뉜다. 사건이 터지기 전 사전 제작됐던 작품이란 점을 고려해야 하고, 유아인 외에도 여러 배우와 제작진이 참여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해한다는 반응이 하나다. 하지만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해도 그가 작품 활동을 다시 하는 것처럼 비칠뿐더러, 연예인들의 사회적 물의 이후 복귀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어 불쾌하다는 반응도 있다. 사전제작이 명분이 된다면 누군가 물의를 일으켜도 나중에 공개하면 되니 자숙과 반성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문제의 작품들이 TV를 피해 OTT로 몰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OTT는 ‘구독’이란 일차 허들이 있고, 수많은 콘텐츠 중에 하나를 골라 시청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하는 OTT일수록 배우 한 사람이 지닌 리스크가 국내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종말의 바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오는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OTT 선발주자이자 콘텐츠 업계의 일인자 격인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의 반향을 주시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공개가 묶인 작품들이 여럿인 탓이다. 유아인이 촬영해둔 작품만 ‘승부’와 ‘하이파이브’가 있고, 최근 유명을 달리한 배우 이선균이 출연했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도 아직 공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곽도원의 ‘소방관’과 ‘빌런즈’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 넷플릭스의 행보가 업계 전체의 본보기가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결정이 주시할 만한 내용이긴 하지만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넷플릭스의 사례가 전체 업계에 적용되긴 어렵다”며 “국내에만 공개되는 작품들은 국내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사안이 자극제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건 사건 이후라는 지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논란이 되기 전에 촬영한 작품은 제작사 입장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향후에 넷플릭스가 유아인을 캐스팅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를 앞두고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마초 흡연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빅뱅 출신 탑(최승현)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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