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고민 1위는?…“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서울대생 고민 1위는?…“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입력 2024-04-24 17:51 수정 2024-04-24 17:53
서울대학교 정문. 뉴시스

지난해 서울대학교 내 상담기관을 찾은 서울대생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문제는 ‘우울·불안·무기력’으로 나타났다. 고민 2순위는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3순위는 대인관계로 집계됐다.

24일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대생원)에 따르면 지난해 교내 18개 상담기관을 찾은 학생들의 문제 유형을 분류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특히 매년 4월 말이 되면 대생원을 비롯한 교내 상담소를 찾는 학생이 급증했다. 중간고사 시험기간에 심리적 압박과 불안을 느끼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상담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안인숙 서울대 대생원 전문위원은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최고를 달렸던 학생들이 서울대라는 문턱에 들어서며 스스로 최고가 아닌 걸 경험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며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를 경험하면서 좌절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문위원은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에게 ‘자신의 한계를 수용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 학업 성취를 최우선 목표로 생각하며 살아왔던 일부 서울대생은 상담사의 ‘최고라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부정하기도 한다. 조언이 거짓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럴 때면 안 위원은 최고가 아니어도 우리 모두는 사람이란 존재이며,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설득한다. 안 위원은 “통상 12회에 걸쳐 이뤄지는 상담을 통해 ‘최고만이 가치가 있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깨는 학생의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상담소를 찾는다. 이미경 대생원 전문위원은 “한국은 고등학교 때까진 공부만 잘하면 주변에서 인정해주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다”며 “그렇지만 대학에 입학하면 과제 하나를 하더라도 원만한 교우관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상담사들은 서울대에 입학하지 않았으면 더 만족스런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학생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위원은 “대학 입시를 다시 치러서 서울대에 온 학생이 있었다. 원래 다니던 대학도 손꼽히는 명문대”라며 “해당 대학 전공도 본인과 잘 맞았고 인간관계도 좋았는데, 주변의 시선과 본인의 만족을 위해 서울대로 온 뒤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어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고민을 최전선에서 목격하고 있는 안 위원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성공만 하진 않는다. 자신의 상처와 단점까지 모두 수용하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애쓰고 살아왔는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모두의 삶은 그러한 노력과 아픔까지도 다 담겨있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안 위원은 “서울대는 국내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그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잘 개발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게끔 돕는 게 저희의 할 일”이라며 “서울대 구성원들이 가는 곳마다 ‘저 사람을 만나니 참 행복하다’는 말이 주변에 퍼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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