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려는데 운항 중단… 호주서 독과점에 항공사 줄폐업

비행기 타려는데 운항 중단… 호주서 독과점에 항공사 줄폐업

입력 2024-05-01 18:09

호주 전역에서 75만명을 수송해온 저비용항공사(LCC) 본자항공이 최근 돌연 운항을 중단했다. 첫 항공기를 띄운 지 15개월 만이었다. 당시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이용객들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발이 묶였다. 본자항공은 독립 LCC가 없는 유일한 나라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독과점 시장에서 고전하다 끝내 폐업 위기에 놓였다.

팀 조던 본자항공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오전 성명에서 “예정된 항공기 운항을 취소한다”며 “모든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교통부는 본자항공 승객을 위해 핫라인을 설치하고 다른 항공사를 통한 지원 방안 모색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본자항공이 갑자기 운항 중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비행기를 임대업체에 회수당했기 때문이다. 이 항공사는 비행기를 빌려 쓰고 있었는데 경영난이 가중돼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근본 원인은 호주 항공시장 내 독과점이다. 현지 항공업계 전문가는 “호주 콴타스항공과 버진항공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며 “다른 항공사가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이들보다 앞서 나가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1990년까지 주정부 간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항공사를 2곳으로 제한했다. 이 정책이 지금의 독과점 구조를 만든 셈이다.

본자항공은 여객 수요가 가장 많고 수익성 역시 월등한 시드니 공항에 취항하지 못했다. 이런 제약이 결과적으로 경영난 악화를 불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호주는 항공사가 한 공항에서 전체 운항 시간대의 80%를 유지하면 해당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무기한 확보할 수 있다.

한번 확보한 슬롯은 웬만해서는 뺏기지 않는다. 항공편을 5분의 1까지 취소하더라도 아무 제재가 없을 정도다. 대형항공사(FSC)와 그 자회사 LCC들은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주요 공항 슬롯을 사재기한다. 일단 챙겨놓고 운항을 취소하는 식이다. 시드니 공항의 운항 취소율은 호주 내 다른 지역보다 3~4배 높다. 이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당 항공 수익은 2018~2019년 21.14달러에서 2021~2022년 28.76달러로 36% 상승했다.

호주에서 독과점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을 닫은 항공사는 본자항공만이 아니다. 타이거에어 호주, 에어오스트레일리아항공, 오즈젯항공, 백패커스익스프레스항공, 임펄스항공, 앤셋항공, 컴퍼스항공 등 수두룩하다. 지난해 호주경쟁 및 소비자위위원회(ACCC)는 실질적 독과점 체제로 국내선 항공료가 지나치게 비싸지고 서비스가 저하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캐나다에서는 올해 2월 말 LCC 링스에어가 취향 1년11개월 만에 운항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링스에어는 인플레이션, 연료비 등 비용 상승과 함께 ‘캐나다 시장 내 경쟁’을 사업 접게 된 이유로 들었다. 캐나다 항공시장은 에어캐나다와 웨스트젯의 점유율이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들 항공사와 링스에어의 항공료는 2배 차이였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시 김포 국제선은 점유율이 99%에 달해 견제할 수단이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는 플라이강원이 2022년 말 재정난으로 1호기를 반납한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와 함께 국경이 열렸지만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 항공사는 지난해 초 보유기 3대 중 1대를 압류당한 데 이어 국제선 운항 전면 중단 후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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