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를 나홀로… 98세 우크라 할머니 ‘용감한 탈출’

10㎞를 나홀로… 98세 우크라 할머니 ‘용감한 탈출’

물·음식도 없이 지팡이 의지
“두 번 넘어져도 계속 걸어야겠다 생각”

입력 2024-05-02 00:02 수정 2024-05-02 10:30
홀로 10km를 걸어 점령지를 탈출한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 할머니가 우크라이나 군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98세의 우크라이나 여성이 슬리퍼를 신고 지팡이에 의지해 홀로 6마일(약 10㎞)을 걸어 러시아가 점령한 최전선 마을에서 탈출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 할머니는 지난달 24일 가족과 함께 오체레틴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오체레틴에 거점을 화복하고 우크라이나 방어군을 몰아내고 있다.

할머니는 도네츠크 경찰이 게시한 영상 인터뷰에서 “잠에서 깼는데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점령지 탈출은 쉽지 않았다. 출발 당시 할머니는 아들, 두 며느리 등 가족과 헤어졌다. 며느리 한 명은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다른 가족들은 우회로를 통해 탈출하길 원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주도로를 이용하길 원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혼자 지팡이에 의지한 채 음식과 물 없이 하루 종일 약 10㎞를 걸어 탈출에 성공했다. 그는 두 번이나 쓰러졌고, 길가에서 잠들었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한번은 균형을 잃고 잡초 속으로 넘어졌는데 잠이 들었고 잠시 후 계속 걸었다. 그러고서 다시 넘어졌다”며 “하지만 일어나서 조금씩 조금씩 계속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홀로 걷던 할머니는 저녁이 돼서야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발견됐다. 군인들은 최전방 지역 시민을 대피시키는 경찰 부대 ‘화이트 앤젤스’에 할머니를 인계했고, 대피소에서 가족들과 연락이 닿도록 도왔다. 덕분에 할머니는 헤어졌던 가족들과도 며칠 만에 무사히 재회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SNS를 통해 이 여성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할머니에겐 물과 음식도 없었고 여러 차례 쓰러지기도 했지만, 그는 강인한 성격으로 버텨냈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생존자인 로미코우스카는 “나도 이 전쟁을 겪고 있으며,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그때(2차 세계대전)와 다르다. 과거엔 불에 탄 집이 한 채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게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탈출에 성공한 할머니의 소식이 퍼지자 선물을 전하고 싶다는 이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 은행 중 하나인 모노뱅크의 올레 호로코우스키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로미코우스카 할머니에게 집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호로코우스키 최고경영자는 “모노뱅크는 로미코우스카 할머니에게 집을 사줄 것이며, 그녀는 이 가증스러운 것(러시아)이 우리 땅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집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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