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하려 직장 그만둬” 간절한 유기견들 모인 이곳 [개st하우스]

“임보하려 직장 그만둬” 간절한 유기견들 모인 이곳 [개st하우스]

입력 2024-05-11 00:03 수정 2024-05-11 00:03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 5일, 경기도 김포에서 유기동물 임시보호 플랫폼 핌피바이러스가 주관한 유기견 입양 축제가 열렸다. 이날 개st하우스 팀이 임시보호 중인 진도 믹스견 마루가 300여 명의 예비 입양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50미터 레드 카펫 워킹을 선보였다. 최민석 기자

“구조돼서 공공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 절반은 목숨을 잃습니다. 새로운 유기동물이 구조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하거든요. 그때까지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임시보호(임보)입니다. 임보는 유기동물에게 피난처이자 학교입니다. 임보 과정에서 건강하고 사교적으로 바뀐 유기견은 입양 가능성도 훨씬 커집니다.”
-유기동물 임시보호 플랫폼 ‘핌피바이러스’ 장신재 대표

지난 5일 경기도 김포의 반려견훈련소에 90마리 넘는 강아지들이 모였습니다. ‘제1회 핌피 유기견 입양축제’에 참가하는 견공들입니다. 마침 장대비가 쏟아져서 좁은 천막 안은 빗줄기를 피하는 개들로 발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당황한 개들이 있을 법도 한데 심하게 짖거나 말썽을 피우는 견공은 한마리도 없었습니다. 침착함의 비결은 임보에 있었습니다. 모두 일반 가정에서 1~12개월씩 돌봄을 받은 임보견들이었거든요.

행사를 주최한 건 유기동물 임시보호 플랫폼 핌피바이러스. 임보자들과 입양을 원하는 일반 시민을 한자리에 모아 직접 상담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이벤트입니다. 당초 최대 50마리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행사는 참가 견공들이 늘어나면서 두배 가까운 규모로 커졌습니다. 그만큼 임보자들의 호응이 컸다는 뜻입니다. 인스타 같은 온라인 공간이 아니면 임보자들이 입양을 원하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개st하우스 팀은 행동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임시보호 중인 진도 믹스견 마루를 데리고 유기견 입양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마루는 충북 옥천의 초등학교 교사 최근호씨가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한 38마리 개 중 한 마리로, 진돗개와 웰시코기가 섞인 1살 견공입니다(2024년 3월 16일자 보도, ‘쓰레기 먹던 개농장 37마리 살린 선생님, 1년 뒤 근황’). 마루는 행동전문가 윤이쌤네 집에서 1개월간 행동교육을 받으며 농장개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과연 마루는 이날 축제에서 평생 가족과 이어졌을까요? 그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임보하려 직장 그만둬” “임보 300일차”…절절한 사연들
임보견 마루와 보호자 윤이쌤이 입양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30여 마리의 보호자가 임보견과 행사장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마루는 참가번호 45번을 배정받고 대기석에 웅크려 쉬었습니다. 윤이쌤은 “마루가 지난 1개월간 낯선 장소에서 당황하지 않는 의연함을 배웠다”면서 “이제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참가견들은 제각기 간절한 사연을 품고 있었습니다. 갈색 털이 빛나는 9㎏ 진돗개 호시(참가번호 15번)는 4개월째 정소희씨 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안락사 집행 하루 전 소희씨 덕에 경기도 시흥보호소에서 살아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소희씨가 ‘호시야’ 이름을 부르자 커다란 귀를 쫑긋 세우며 애교를 부리더군요.

인터뷰에 응한 15번 호시와 5번 테디 모습. 최민석 기자

영리한 호시는 임보 첫날부터 배변패드 사용법을 숙지한 모범견입니다. 생애 첫 임보를 앞두고 걱정이 컸던 소희씨는 호시의 조심스러운 행동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요식업체 점장으로 일하던 소희씨는 생업까지 접고 현재는 호시를 돌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희씨는 “17살부터 10년간 돈 모으는 데 급급했는데 호시에게 희망을 선물하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합니다.

보호자 이예빈씨의 의자 아래 얌전히 자리 잡은 8㎏의 작은 믹스견도 눈에 띄었습니다. 참가번호 5번, 세 살 테디입니다. 안락사를 앞두고 전남 마산보호소에서 동물단체를 통해 구조된 테디는 예빈씨 품에서 300일째 지내고 있습니다. 잔짖음과 저지레가 없고 애교가 많아 반려견으로 손색이 없는 견공입니다. 독일 반려견 교육을 수료한 듯 보호자 의자 밑에 안전하게 웅크린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보호자 옆에 웅크려 앉는 건 독일 반려견 학교에서 가르치는 기초교육 중 하나입니다. 예빈씨는 “사회 초년생인 저보다 덜 바쁜 가족을 찾아주고 싶어 입양 축제에 참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다려, 달려 대회…자연스레 입양적합도 파악

행사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대회가 진행됐습니다. 반려견 입양을 고민하는 300여명의 예비 입양자들은 대회를 관람하며 자연스레 참가견들의 입양 적합도를 파악할 수 있었죠. ‘기다려 대회’는 진행요원의 구령에 맞춰 2m 떨어진 대기 장소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다리는 견공이 우승하는 경기입니다. 4년차 행동전문가인 윤이쌤의 돌봄을 받은 마루도 참가했는데 인파에 당황한 마루가 5초도 못 버티고 윤이쌤에게 달려와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참가견이 한 마리씩 사회자의 소개를 받으며 50m 레드카펫을 걷는 ‘레드카펫 워킹’은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행사였습니다. 마루는 “행동전문가의 돌봄을 받아 농장개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난 14㎏의 영리한 진도 믹스견”이라고 소개됐습니다.


게임이 끝난 뒤엔 예비 입양자들이 눈여겨본 임보견과 보호자에게 다가와 입양 상담을 받았습니다. 마루에게도 2건의 입양 상담이 들어왔는데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4인 가족과 1인 가구인 30대 여성이었습니다. 두 신청자 모두 고양이를 기르고 있어 마루와 무사히 합사할 수 있을지 걱정하더군요. 윤이쌤은 “마루는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사회성이 뛰어난 강아지”라며 “입양자에겐 무료로 합사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핌피바이러스에 따르면 이날 참가 견공 90여 마리 중 50마리에게 입양신청이 들어와 상담이 진행 중입니다. 아쉽지만 마루에게는 아직 입양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더군요. 하지만 윤이쌤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계속 입양자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핌피바이러스 장신재 대표는 “참가한 유기견과 예비 입양자 숫자가 목표치의 2배를 달성했다”면서 “유기견들을 입양 보낼 수 있는 사회적 기회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농장개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나는 진도코기, 마루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1살 추정, 15㎏
-진돗개, 웰시코기 믹스견
-중성화 수컷, 조용하고 영리함, 장난기 있음
-배변교육 완료, 줄당김 없이 산책 잘함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0Mnl6BriYKC90iGxyt32IdA4A2fMaMKlG8giUzuujJA/viewform?edit_requested=true


✔마루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31번째 견공입니다 (101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