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에서 무슨 일이… 원주민 소요 사태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에서 무슨 일이… 원주민 소요 사태

입력 2024-05-16 00:03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태평양 해외영토 누벨칼레도니 수도 누메아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로 상점과 차량 등이 불타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프랑스명 누벨칼레도니)에서 원주민들이 프랑스의 헌법 개정 추진에 반발하면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3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프랑스 정부는 기동 헌병대를 추가로 파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에서는 야간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음에도 전날 밤과 이날 새벽 복면을 쓴 이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길거리 차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가 계속됐다.

뉴칼레도니아 대통령실은 이번 소요 사태로 3명이 사망했고, 사망자는 모두 원주민 카나크족 주민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 1명은 총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다만 뉴칼레도니아 주재 프랑스 고등판무관실은 사망자가 2명으로 확인됐고, 이 중 1명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며 경찰에 쏜 총에 맞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소요 사태로 130명 이상이 체포됐고 수십명의 폭도가 구금됐으며 경찰 다수가 다치는 등 심각한 공공 소요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 통행과 주류 판매, 무기 소지 금지령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학교와 주요 공항도 문을 닫는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소요 사태로 경찰관 약 100명을 포함해 수백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뉴칼레도니아로 기동 헌병대 4개 중대를 추가 파견해 치안 유지에 나서기로 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뉴칼레도니아 주민 대표들을 파리로 초청할 계획이라며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칼레도니아 해변 전경. 뉴칼레도니아관광청 제공

이번 대규모 소요 사태는 프랑스가 헌법을 개정해 이곳에서 실시되는 지방 선거의 유권자를 확대하려고 한 데서 비롯됐다.

프랑스는 1853년 뉴칼레도니아를 식민지로 병합했지만 1988년 마티뇽 협정과 1998년 누메아 협정을 통해 뉴칼레도니아에 상당 부분 자치권을 이양했다.

또 누메아 협정에 따라 프랑스는 헌법에서 뉴칼레도니아 지방 의회 선출 선거인단을 1999년에 정한 유권자 명부로 한정했다. 누메아 협정 이후 프랑스 본토나 다른 곳에서 이주한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프랑스는 최근 들어 뉴칼레도니아 내 성인 20%가 투표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헌법을 개정, 뉴칼레도니아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뉴칼레도니아 전체 인구 28만명 중 약 40%를 차지하는 원주민 카나크족이 유권자 확대는 누메아 협정 위반이며 결국 친프랑스 정치인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하원은 이날 오전 뉴칼레도니아 유권자 확대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위한 양원 합동회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하원이 동일 문구의 개헌안을 의결하고, 양원 합동회의에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뉴칼레도니아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침착하라”고 말하면서,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칼레도니아는 일본의 여류 작가 모리무라 가쓰라가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니켈의 매장량이 전세계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프랑스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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