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대륙 탈출 급증…화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인들 대륙 탈출 급증…화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태국 치앙마이선교훈련원장 왕부장 선교사 인터뷰

입력 2024-05-16 15:45 수정 2024-05-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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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부장(왼쪽) 태국 치앙마이선교훈련원 원장과 그의 아내 하은진 선교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 자이온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천국에는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많을까. 태국 치앙마이선교훈련원(CMTC) 원장인 왕부장(가명·55) 선교사는 주저 없이 ‘중국’을 외쳤다. 최근 고국을 찾은 왕 선교사는 16일 서울 종로구 카페 자이온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화교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피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대신 소속인 왕 선교사는 2003년 중국에 파송돼 2008년까지 사역하다 자진 철수 후 태국으로 거점을 옮겼다. 장소는 중국 본토에서 태국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을 해외 선교사로 훈련해 파송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지금껏 58명이 CMTC를 졸업했고 30명이 북한과 이란 이집트 터키 가나 등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28명은 중국 본토로 들어가 교회를 이끌고 있다.

왕 선교사가 화교 선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지난해 다국적 선교 단체 ‘투게더 포 올 네이션스(Together For All Nations, 동심국제선교회 同心國際宣敎會)를 창립하면서부터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사역해 온 한인 선교사 4명이 의기투합해 단체의 기초를 다졌고 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북미 지역 화교 교회 지도자들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왕 선교사는 ‘친구가 되기는 어렵지만, 친구가 되면 목숨까지 내놓는다’는 중국 격언을 인용하면서 “오랜 기간 진정성 있게 사역해 온 한국인 선교사들이 구심점이 됐기에 화교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중국에서 사업을 개척할 때 필수 요소로 꼽히는 우리 말로 ‘관계’ ‘연줄’에 해당하는 ‘꽌시(关系, Guanxi)’가 선교 영역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게 왕 선교사의 분석이다.
왕부장 선교사가 지난해 미국 워싱턴D.C. 소재 화교교회에서 화교들을 대상으로 설교하는 모습. 왕부장 선교사 제공

왕 선교사의 아내 하은진 선교사도 거들었다. 하 선교사는 “먼저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중국인들은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의 테스트를 거쳐서 진정성을 확인한 후에는 아낌없는 후원을 보내는 게 중국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하 선교사는 특히 “중국인들은 열정적이고 순수하다”며 “20대 30대 선교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선교계 상황과 달리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 선교사 절대다수가 20대 30대 젊은이들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본토에서 일어나는 ‘탈중국’ 현상도 화교 선교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왕 선교사는 “우리가 사는 치앙마이만 해도 코로나 이전에 3만명 수준이던 중국인 거주자가 현재 12만명으로 크게 늘었다”며 “부유한 사람들은 북미나 오세아니아로, 중산층은 싱가포르나 태국 등으로 떠나고 있는 게 현재 중국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산 조사기관 뉴월드 웰스는 지난 2월 2022년과 2023년 중국의 백만장자 2만4300명이 해외로 떠났다고 전했다. 미국의 CNN도 2013년 2만5000명이던 중국인의 정치적 망명 신청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12만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지난 1월 보도한 바 있다.

이런 배경에는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이후 갈수록 강화하는 권위주의적 사회 통제와 경제 위기기 자리하고 있다는 게 왕 선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에서 최근 ‘룬’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룬의 알파벳 발음표기는 영어 ‘런(RUN)’으로 도망간다는 뜻”이라고 했다. 왕 선교사는 “화교에 대한 사역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중국에서 사역하다 자진 철수하거나 추방된 4600명의 선교사는 앞으로 이 일에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은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분포돼 있어 선교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자산을 가졌다. 중국인을 깨운다면 이들이 세계 선교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은진(오른쪽 끝) 선교사가 지난해 가족들과 함께 포항시 북구 성법교회를 찾아 창립 120주년 기념비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왕부장 선교사 제공

한편 왕 선교사는 오는 19일 포항시 북구 성법교회(이승웅 목사)를 방문한다. 이 교회는 121년 전 왕 선교사의 증조부가 세웠다. 왕 선교사는 “미국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받은 한국인의 후손이 또 다른 선교지에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은 참 멋지고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복음의 빚을 갚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사역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다음 달 10일까지 국내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집회를 인도한다. 이후 미국으로 이동, 시애틀과 에리조나 등에서 화교 교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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