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실존인물”…1세기 역사와 문헌으로 증명하는 기독교

“예수는 실존인물”…1세기 역사와 문헌으로 증명하는 기독교

신약성경과 그 세계/NT 라이트, 마이클 F 버드 지음/박규태 옮김/비아토르

입력 2024-05-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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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6년부터 기원후 113년까지 로마에 건설된 포룸(Forum) 유적. 초기 기독교의 배경이 된 그리스-로마 세계를 보여준다. 비아토르 제공

신비주의 영성을 추구한 뉴라이트 운동의 구루(영적 지도자), 비밀결사 조직인 프리메이슨의 이집트계 단원, 히피 혁명가…. ‘예수의 진짜 정체’를 논한다며 출간된 책에 등장하는 예수의 직업들이다. 책뿐 아니라 미국 타임지 등 유력 매체나 학계에도 ‘인간 예수’의 존재는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 학자는 예수를 견유학파(犬儒學派)에 속한 소작농이나 유랑시인으로 보기도 한다.

예루살렘 회당 지도자 테오도토스를 기리는 내용의 1세기 그리스어 명문. 1세기 예루살렘에 그리스어를 사용하던 유대인이 쓰는 예배공간이 따로 존재했음을 증명한다.(행 6:9) 여기엔 '회당장'이란 표현도 나온다. 비아토르 제공

성경 기록과 전혀 다르게 예수를 묘사한 이들 자료를 보며 기독교인은 “말을 보탤 가치도 없다”고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매체에서 예수 관련 음모론을 접하는 비종교인이다. “대중매체나 최근 책으로 본 예수는 복음서의 기술과는 달리 허구의 인물이다. 따라서 기독교 역시 오류에 근거한 종교”란 인식이 박힐 수 있다.
초기 기독교사에 정통한 신약학자 NT 라이트는 이들 현상에서 “여전히 공공의 장에 아주 생생히 살아 있는 예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은 여기서 벌어지는 대화에 필히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 “기독교는 역사에 호소하며 역사로 나아가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는 “만일 기독교가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에 뿌리박고 있지 않다면 차라리 신생종교 신봉자, 마르크스주의자 등 다른 무엇을 믿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일침을 가한다. 예수가 인류 역사 속에 실존하지 않았다면, 복음서와 교회가 말하는 ‘그분’이 아니라면 기독교인은 그야말로 “공상의 세계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약성경과 그 세계' 공동저자 NT 라이트(오른쪽)와 마이클 F 버드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신약성경의 세계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존더반 출판사 공식 계정 영상 캡처

실존하는 예수를 증명하기 위해 라이트와 호주의 신약학자 마이클 F 버드가 공저한 이 책은 ‘친절한 신약 입문서’다. 1548쪽의 벽돌책에 ‘친절한’이란 수식어를 단 건 라이트의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의 문제’(CH북스) 시리즈 6부작 중 완간된 4부작을 한 권으로 압축한 책이라서다. 버드가 라이트 저작의 핵심을 압축하고 라이트와 이스라엘과 로마, 그리스 등지를 다니며 현지 답사를 진행하는 식으로 이뤄진 9년간의 여정은 2019년 책 출간으로 마무리됐다. 원서를 펴낸 기독 출판사 존더반은 출간 이후 자사 유튜브 계정에 지중해 전역에서 찍은 이들의 영상도 올렸다.

초기 그리스도인 가운데는 노예가 적잖았다. 사진은 튀니지에서 발굴된 2세기 작품으로 잔치 때 시중드는 노예가 묘사돼 있다. 비아토르 제공

“예수와 초기 교회에 관한 아주 충실하면서도 완전한 역사서술 및 신학 설명의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란 두 저자의 집필 목적대로 책에는 초기 기독교 관련 역사·문학·신학·선교 관련 내용이 망라돼 있다. 역사 속 예수와 초기 교회를 둘러싼 세계, 바울 신학과 신약성경 본문 비평 등을 다룬 방대한 책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각 장 첫 장에 ‘한눈에 살펴보기’도 넣었다.

터키 에베소의 거대한 극장 유적. 사도행전 19장엔 에베소 은세공 장인이 이곳에서 사도 바울과 맞서며 소요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나온다. 비아토르 제공

저자들은 신약성경의 사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당대 문헌을 적극 인용했는데 그 내용이 자못 흥미롭다. 로마 정치가 세네카가 남긴 글에는 예수의 씨 뿌리는 비유와 비슷한 표현이 등장한다. “말도 씨처럼 뿌려야 한다.… 좋은 땅에 뿌려지기만 하면 그 힘을 펼쳐보이며 하찮은 것이 가장 크게 자라난다.” 로마 법률가인 소(小) 플리니우스가 남긴 문헌에는 신약성경의 빌레몬서처럼 노예 출신 자유인을 위한 탄원이 등장한다. 이외에도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의 서신, 호메로스와 플라톤의 저작 등으로 신약성경과 초기 교회의 세계를 조명한다. ‘예수가 언급된 요세푸스 기록은 위조인가’ ‘초대교회는 사회주의를 실천한 것인가’ 등 신약성경과 관련된 각종 오해는 대학교수와 학생이 나눈 이메일 교신 형식으로 정리해 독자의 쉬운 이해를 돕는다.


저자들은 신약성경 내 초대교회 이야기를 현실로 살아내야 한다는 당부로 책을 마무리한다. “교회는 어느 곳에서나 소망을 발산하는 곳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리스도인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예수가 실천한 정의와 진리,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고자 힘써야 한다. 저자들은 이들 행위가 “이스라엘 및 초기 교회의 성경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하며 독자의 각성을 유도한다. 예수와 초기 교회에 관한 거의 완벽한 지식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도도 다뤄 신학도가 아니라도 도전해볼 만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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