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종교 확장 아니라 복음 누리고 유통하는 삶”

“선교는 종교 확장 아니라 복음 누리고 유통하는 삶”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 펴낸 정민영 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

입력 2024-05-22 08:00 수정 2024-05-2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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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영 전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 부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신간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우정민PD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용하시지만, 우리에게 의존하시지는 않습니다. 번아웃(소진)을 겪으면서까지 사역을 하고 있다면 차라리 그 일을 던져버리는 게 맞습니다.” 칠순이 넘은 은퇴 선교사가 전하는 조언에는 진정성이 깊게 베어져 있었다. 신간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IVP)를 펴낸 정민영(72) 전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 부대표를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삶과 유리된 사역 지양해야
은퇴 후 7년 만에 펴낸 책에서 정 선교사는 선교학 개론서의 형식을 취하는 동시에 자기 고백적 성찰을 담았다. 복음이란 선교란 무엇이고 교회는 어떤 곳인지 쉽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내공이 책 전반에 여실히 드러난다. 정 선교사는 “굳이 이 책의 특성을 정의한다면 일종의 비빔밥이나 퓨전 음식 정도로 비유하는 게 맞겠다”며 “선교 운동에 참여한 이래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여정을 통과하며 겪어 온 경험과 깨우침, 그리고 수많은 포럼과 독서를 통해 형성한 선교적 틀을 담아보려 노력한 글”이라고 소개했다. 평생 성경 번역을 해온 선교사답게 자신에게 영향을 준 해외 저자들의 책을 ‘화학적으로 융합’해 한국인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대목도 돋보인다.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선교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독자의 머리와 가슴을 두드린다. 정 선교사는 “한국교회를 보면 사역지상주의 패러다임 안에 많이 갇혀 있는 것 같다”며 “사역과 삶을 두 개의 다른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사회비평가 오스 기니스(Os Guiness)를 인용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2가지 소명이 있다. 목사냐 선교사냐 회사원이냐는 부차적 소명이고 그리스도인으로 복음 증인의 삶을 사는 것이 본질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우선적 부르심은 교단 총회장이나 평범한 가정주부나 똑같다”며 “우리가 사역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삶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문제”라고 덧붙였다.

선교적 삶에는 균형이 요구된다.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시지 사람이 아니라는 게 정 선교사의 설명이다. 사역에 매몰되는 삶은 하나님의 선교와 거리가 멀다. 정 선교사는 “하나님의 일을 한다며 내 삶을 무너뜨리고 가정을 도외시하는 사역이라면 던져버리는 게 낫다”며 “돌아보면 내가 뭐라고 하나님을 도와드린다며 철없이 마르다처럼 굴었던 때가 있다. 가족들에게 쓴 뿌리를 남긴 것 같아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민영 전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 부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신간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우정민PD

선교는 성경에 없는 용어
“아무 데로나 가고 아무거나 해도 좋다. 그보다 중요한 건 당신이 누구인가다.” 과거 선교에 관심을 보이는 청년을 만났을 때 정 선교사는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 조언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통전적 선교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통전적 선교 혹은 총체적 선교에 대한 소개에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했다. 통전적 선교란 한 마디로 모든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다. 종교개혁을 통해 탄생한 개신교회라면 반드시 통전적 선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게 정 선교사의 주장이다. 그는 “선교사라는 구분을 두는 것부터가 구교회적 사고방식”이라며 “우리가 종교개혁을 통해 탄생한 개신교의 간판을 붙이고 있다고 정말 개신교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혁교회의 정신인 만인제사장직, 선교사직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경에는 선교사라는 말은커녕 선교라는 말도 등장하지 않는다”며 “선교는 우리가 믿는 종교를 확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삶을 통해 복음을 누리고 유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도 성경을 읽지 않으니 복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 선교사는 이런 현상을 ‘성경 거식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세에는 종교 권력이 성경을 닫아서 암흑기가 왔다면 오늘날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열지 않아 도래한 자발적 암흑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태의연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역설했다.

정 선교사는 국제적으로 신망받는 선교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1986년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에서 성경 번역 선교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한 파푸아 지역 모스꼬나 부족어 성경 번역은 여러 동료의 참여로 2001년 5월 최초의 부족어 신약성경 봉헌으로 열매를 맺었다. 2008년에는 국제 위클리프 부대표를 맡아 2017년 은퇴할 때까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단체를 이끌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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