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은 미드 게임…제가 잘해야 ‘티젠’ 잡아요”

“LoL은 미드 게임…제가 잘해야 ‘티젠’ 잡아요”

한화생명 ‘제카’ 김건우 비시즌 인터뷰
“젠지·T1 LCK 양강 구도, 한화생명이 균열 낼 것”

입력 2024-05-26 17:32

한화생명e스포츠 ‘제카’ 김건우가 젠지·T1이 양강으로 군림 중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큼직한 균열을 내고, 새로운 패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LoL은 미드 게임”이라면서 “내가 잘한다면 한화생명이 결승 무대를 독차지 중인 두 팀을 꺾고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던 그는 자신의 문제점을 한타에서의 포지셔닝, 그중에서도 특히 3용 한타에서의 포지셔닝으로 진단했다. 비시즌 동안 개선 방안을 찾아낸 그는 T1과 젠지 상대로 ‘미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단 각오로 무장, 다음달 개막 예정인 LCK 서머 시즌을 준비 중이다.

-스프링 시즌을 3위로 마무리했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기대에 못 미쳤던 시즌이다. 그만큼 아쉬움이 컸다. 마지막에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만 놓고 봤을 때도 유난히 실수가 많이 나왔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많이 투자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머 시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팀을 향한 기대치를 생각한다면 한화생명이 스프링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다른 팀에서 LCK 우승을 모두 했던 선수들이 새로 합류하지 않았나. 나는 우리 팀원들 전부 실력이 좋다고 생각해서 3위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김 선수 개인으로서는 무엇이 가장 불만족스러웠나.
“한타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 연습을 할 때도 내가 한타를 할 때 어떤 포지션을 잡으면 좋을지, 어떤 구도에서 내가 잘했고, 잘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스프링 시즌 내내 나의 개선점 1순위는 한타 포지셔닝이었다.
요즘 경기를 보면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한타 한번으로 역전하는 게임이 자주 나온다. 우리 팀도,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경기 양상이 나오다가 3~4용 싸움이 승부처가 되고, 거기서 결판이 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나는 특히나 3용 싸움에서 내가 잘할 방법을 찾고 연구했다.”

-‘3용 싸움 한타’라고 콕 집어서 얘기하는 게 인상적이다.
“팀 내 피드백에서도 자주 나왔던 주제인데, T1전이나 젠지전에서도 3번째 용 싸움을 통해 승부가 갈린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2용을 먹은 상황이든, 상대의 3용을 끊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든 간에 결국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오더라. 3용에서 누가 잘 싸우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승부처 판단력이 시즌 끝까지 교정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T1과의 결승 진출전도 3용 싸움에서 실수가 나왔다. 2세트 당시 우리가 제법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3용 싸움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역전패를 당했다. 그래서 더 3용 싸움에 대한 아쉬움이 오래 가는 것 같다.”
LCK 제공

-그래서 오프시즌 동안 해답을 찾아냈나.
“3용 싸움은 대부분 내셔 남작 등장 직전에 열린다. 3용 싸움의 승패가 곧 내셔 남작 버프 획득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자주 나오는 만큼 그 중요도가 높다. 지금은 나와 우리 팀에 부족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고,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반드시 보완해서 향상된 성적을 내겠다.”

-플레이오프에서 T1을 처음 만났을 땐 3대 0으로 이겼다. 다시 만나서는 1대 3으로 졌다.
“우리가 3 대 0으로 이겼을 땐 밴픽에서 딴 점수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시리즈 전체적으로 밴픽이 잘됐고, 덕분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어서 기세를 탈 수 있었다. 결승 진출전에서도 2세트를 잘 마무리했다면 우리가 계속 기세를 타지 않았을까? 그 세트를 내주면서 역으로 기세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자조 젠지전도 마찬가지였다. 운 좋게 1세트를 잡았다. 2세트도, 3세트도 충분히 할 만한 게임이었다. 우리에게 유리한 타이밍이 분명히 존재했는데 그걸 잘 살리지 못했다. 결국 상대가 유리해지는 타이밍이 왔고, 바로 역전당했다.”

-T1과의 결승 진출전 1세트, LCK에서 가장 먼저 라인 스와프 전략을 선보였다.
“아마 LPL의 NIP가 가장 먼저 라인 스와프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 우리가 NIP와 스크림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1전 전날에 밴픽 회의를 하다가 ‘탑·바텀 구도가 이렇게 나온다면 라인 스와프를 시도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스크림에서 제대로 시도해본 적은 없었어도 팀원들 전부 전략 수행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우리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서 라인 스와프 전략의 완성도가 떨어졌겠지만 이런 기습 전략은 시도하는 쪽보다 당하는 쪽에서 입는 대미지가 크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플레이오프 같은 큰 경기니까 더더욱 상대가 대처하기 힘들 거로 예상했다.
우리 역시 대회 전에 ‘상대가 라인 스와프를 시도할 수도 있다’까지는 얘기는 나눴지만 실제로 라인 스와프를 당했을 때의 대처법에 대해선 충분히 답을 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역으로 당했어도 큰 대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T1에 져서 아깝게 MSI 진출에 실패했다. MSI 패치였던 14.08패치에서 아칼리·사일러스가 버프를 받았다. 패치 노트를 보자마자 바로 김 선수 생각이 나더라. MSI 진출 실패의 아쉬움이 더 컸을 것 같다.
“의미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작년 월즈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선발전을 치르면서 ‘월즈 패치는 아칼리, 사일러스가 버프를 받는다. 제발 월즈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지 않았나. 그때 이후로는 패치에 따른 유불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경기에서 써야 할 챔피언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는 여름을 준비해야 한다. LCK 서머 시즌의 전체적인 판도를 예측한다면.
“나는 예측력이 좋은 편은 아니더라. 늘 내 예상을 비껴가는 결과가 나온다. 예상보다는 목표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젠지와 T1이 결승전을 장식하지 않았나. 매번 같은 두 팀만 결승에 진출하는 리그 역사에 균열을 내는 게 내 서머 시즌 목표다.”

-한화생명이 T1·젠지 양강 구도를 부수기 위해선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T1과 젠지 모두 미드라이너들이 정말 잘하는 팀이다. 내가 상대 미드라이너들보다 잘해야 이길 수 있고, 실제로 내가 그들보다 잘한다면 이길 수 있는 팀들이라고 생각한다. LoL은 미드 게임이다. 미드가 잘해야 우승한다.
스프링 시즌도 그랬지만 서머 시즌은 더 뒤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치르려 한다. 절벽 끝에 선 사람의 마음으로 간절하게 준비하겠다. 서머 시즌 성적을 못 내면 그대로 올해 일정 끝이다. 스프링 시즌보다 더 잘해야 하고, 잘할 수밖에 없다.”

-마침 서머 시즌 결승전이 김 선수의 고향 포항과 가까운 경주에서 열린다.
“고향 집에서 30분 정도면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까지 갈 수 있다. 가족들을 결승 무대에 많이 초대할 수 있고, 결승전을 잘 마무리하면 바로 고향 집으로 가서 잘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평소보다 설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설레긴 이른 성적이고 시기다. 당장은 결승전에 가야 한다는 목표에만 집중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스프링 시즌에 디도스 사태 때문에 오랜만에 무관중 경기를 했다. 원래라면 경기에서 이긴 직후에 헤드셋을 벗으면 팬분들의 함성이 들리는데 그때 정말 기분이 좋다. 무관중 경기 때는 헤드셋을 벗었는데도 아무 소리가 안 들리니까 이긴 것 같지가 않더라. 스포츠는 팬이 있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서머 시즌에는 리그가 원만하게 운영됐으면 좋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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