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참석하면 3만원 줍니다”…‘배당금 교회’의 실험

“예배 참석하면 3만원 줍니다”…‘배당금 교회’의 실험

다시 시작된 실험 ‘배당금 교회’…민병소 경기도 안양 제일교회 목사 “엉터리라고? 누구와도 논쟁할 것”

입력 2024-06-10 09:31 수정 2024-06-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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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 제일교회가 지난달 30일 안양 동안구 일대에 배포한 유인물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양 동안구 일대 아파트 단지엔 조간신문과 함께 희한한 메시지가 담긴 유인물 2000장이 배달됐다. ‘제일교회 루틴보험 수령자 모집 안내’라는 제목이 붙은 전단지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였다. ①주일 예배에 참석하면 3만원을 준다. ②교회가 부흥하면 1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저런 유인물을 배포한 곳은 제일교회(민병소 목사)로, 전단이 뿌려지자 교회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교회만 오면 돈을 주겠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넘겨짚을 수밖에. 한데 이 교회는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것일까.

다시 시작된 실험 ‘배당금 교회’

제일교회가 벌이는 이 프로젝트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수원남부교회 담임목사이던 민병소(76) 목사는 ‘배당금 교회’라는 프로젝트를 벌였다. 매달 쌓이는 십일조 일부를 헐어 쓰는 방식으로 ‘배당금 기금’을 운용하면서 매주 예배 참석자에게 1만원씩을 줬다. 돈을 앞세운 엉터리 전도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받고, 이단 아니냐는 의심을 샀지만 민 목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십일조 일부를 배당금으로 재분배하는 일이 ‘보편적 복지’의 시작이라고 여겼고, 성도끼리 물질을 공유한 초대교회의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30명 수준이던 수원남부교회 성도는 약 1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감리교회 목회자였던 민 목사는 2018년 교단에서 정한 은퇴 연령(70세)이 되면서 강단에서 내려와야 했다. 은퇴 직후 회중주의(교회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회중’이 갖는 평신도 중심의 교회)에 기반을 둔 교단을 만들고 교회를 세워 배당금 실험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탓에 미뤄야 했다.

경기도 안양 제일교회가 지난달 30일 안양 동안구 일대에 배포한 유인물


하지만 팬데믹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민 목사는 2021년 9월 제일교회를 개척했고, 최근 ‘루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배당금 교회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루틴’처럼 돌아오는 공과금을 교회가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필요한 재정은 헌금의 34%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비중은 더 늘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제일교회에서 만난 민 목사는 “루틴보험이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사실상 배당금과 같은 의미”라며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게 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배당금 교회는 시혜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는 방안이에요. 지금 한국교회는 ‘숫자의 우상’에 홀려서 통장에 돈 넣어두는 재미에만 빠져 있어요. 사도행전에 나오는 교회들을 생각해보세요. 교회는 우선 성도들과 물질부터 나눠야 해요. 교회가 가진 것을 내놓아야 교회가 부흥할 수 있어요.”

“배당금 교회가 엉터리? 누구와도 논쟁할 것”

지난 6일 경기도 안양 제일교회에서 만난 민병소 목사. 민 목사는 "현재 성도가 30명 정도인데 배당금(루틴보험)을 통해 성도가 150명까지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교회가 크게 부흥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강단에서 내려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목사가 재개한 프로젝트는 9년 전 벌인 배당금 교회와는 얼마쯤 다른 지점이 있다. 우선 70세 이상은 배당금을 받을 수 없다. 민 목사는 “돈을 받으러 왔다가 강도 높은 신앙 교육을 받게끔 할 계획인데, 그러기 위해선 나이가 너무 많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급액을 1만원에서 3만원으로 올린 이유를 묻는 말엔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감리교신학대(67학번)를 나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민 목사는 학구파 목회자라고 할 수 있다. 이단 종파를 연구한 ‘기독교종파운동사’, 한국의 종교 역사를 일별한 ‘한국종교사’ 등 그간 펴낸 책만 약 40권에 달한다. 배당금 교회를 한국교회의 온갖 문제들을 결딴낼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 같은 공부의 결과라는 것이 민 목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배당금 교회는 누가 보더라도 아슬아슬한 실험일 수밖에 없다. 돈으로 예배 참석을 꼬드기는 일이 옳은 전도법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누군가의 영혼을 구원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단‧사이비 아니냐는 추궁에도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과거 배당금 교회를 시작할 땐 이상한 교회가 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교회에 경찰이 온 적도 있었다.

민 목사는 “누구와도 논쟁을 벌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紙上) 논쟁이든 방송 토론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회 부흥을 자신하냐는 말엔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과연 한국교회는 그가 벌이는 희한한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민 목사의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안양=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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