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유학파가 연구위원급 ‘독식’… 국책연구원은 ‘해외대 캐슬’

수십년간 유학파가 연구위원급 ‘독식’… 국책연구원은 ‘해외대 캐슬’

입력 2024-06-11 18:10

국내 경제정책 수립을 돕는 핵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원 이래 한 번도 ‘국내파 박사’를 연구위원급 이상으로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길게는 반세기가 넘도록 유학파 박사들의 독점이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KDI에 따르면 연구위원급(선임연구위원·연구위원·부연구위원) 이상으로 재직 중인 KDI 연구진 58명은 모두 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중 대다수인 54명이 하버드대·위스콘신대 등 미국 대학 출신이다. 나머지도 영국과 독일 대학 출신이 각각 3명과 1명이다. KDI 관계자는 “1971년 개원 이래 연구위원으로 채용된 국내 출신 박사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KDI의 연구위원급 자리는 53년간 유학파들이 독식했다는 얘기다. 국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연구자들은 ‘전문위원’이라는 별도의 하위 직렬로 KDI에 들어간다.

경제정책 연구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조세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직 중인 연구위원급 연구자 33명(초빙연구위원 제외) 중 해외 대학 출신이 아닌 연구자는 한 명도 없다. 조세연 역시 1992년 개원 이래 32년간 유학파 독점이 유지되고 있다.

처음부터 ‘유학파 인재 확보’에 주안점을 둔 채용 절차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경제 분야 연구위원급 채용은 전미경제학회(ASSA) 등 해외 학회에서의 현지 인터뷰를 통해 이뤄진다. 배진교 전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2016~2020년 국책연구기관 9곳이 채용한 박사급 연구원 202명 중 136명(67.3%)이 이 같은 채용 경로를 밟았다.

문재인정부에서 도입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도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직접 기재만 피했을 뿐 여전히 학력·연구실적 등을 고려한 채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KDI는 연구위원 채용에서 서류와 면접, 세미나 외에 연구실적 목록을 제출받았다. 조세연도 연구 논문과 추천서를 제출받았다.

다만 채용 과정에서 국내 대학 출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차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기관들의 설명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영어로 진행하는 세미나 단계 평가에서 해외 박사들의 득점이 높아 당락을 가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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