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이선스 승인 지연에…속 앓는 벤처캐피탈

금감원 라이선스 승인 지연에…속 앓는 벤처캐피탈

입력 2024-06-11 18:39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전경.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라이선스 인가를 미루면서 벤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금융사인 벤처캐피탈(VC)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감원의 승인이 나야 스타트업 투자와 펀드 설정 등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나설 수 있는데 자본금만 깎아 먹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VC 인가 속도도 더뎌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인 2곳이 짧게는 8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금감원에서 신기사 라이선스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기사는 벤처 스타트업에 투자나 대출 등을 할 수 있는 금융 회사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라이선스 신청을 위해서는 자본금 100억원과 사무공간, 전문 인력 등을 확보한 상태여야 하는데 승인 지연으로 이들 회사는 사무실 월세와 직원 월급 등 비용만 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신기사 라이선스 없이는 벤처펀드를 조성할 수 없다. 신기사 라이선스가 있는 투자사와 공동으로 투자하는 형태인 공동 업무집행조합원(CO-GP) 방식이 있지만 조건 협상 등 절차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당국 승인 시점을 예상하고 투자 대상 발굴을 해놨지만 승인이 나지 않아 다른 투자사에 투자 건을 넘겨주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문턱을 넘는 데만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면서 적기에 투자를 받아야 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이 지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신기사 설립에 나서는 곳이 늘어나면서 당국의 업무가 과중해진 탓으로 분석한다. 금감원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실무자는 업무 상황에 따라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를 통해 시너지를 내려는 곳들은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기사는 172곳으로 2022년 말보다 16곳이 늘었다.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곳까지 고려하면 올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돈이 걸린 금융 회사다 보니 대주주 요건과 자금의 원천 등을 회사별로 따져보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내용을 철저히 보는 것”이라며 “회사와 피드백을 통해서 신속하게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이광수 기자 eh@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