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읽는 법? 질문, 또 질문하라

창세기 읽는 법? 질문, 또 질문하라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이상환 지음/도서출판 학영
창세기, 위대한 시작의 이야기/아키바 토르 지음, 나오미 토르 그림/미래사CROSS

입력 2024-06-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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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학자인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의 저자는 지난 2016년 미국 댈러스의 성서미술관의 한 벽화를 보고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칠 것을 다짐했다. 사진은 저자가 영감을 얻은 ‘아버지의 유산’ 벽화를 한 어린이가 바라보는 모습. 도서출판 학영 제공

우주 창조와 인간의 기원, 선악과 생사를 다루는 창세기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수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인간 존재 이전의 세상뿐 아니라 영적 세계의 일도 거론한다. 논리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현대인은 이성의 영역을 초월하는 이 본문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할까. 성서학과 유대교의 시각에서 이 질문에 답하는 책 2권이 최근 나왔다. 이상환 미국 미드웨스턴신학교 성경해석학 교수의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도서출판 학영)와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펴낸 ‘창세기, 위대한 시작의 이야기’(미래사CROSS)다.

질문에서 시작하는 거룩한 상상력
성서학자가 쓴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는 창세기를 토대로 예수 그리스도가 펼친 사역과 그 의미를 집중 조명한 책이다. 총 10장 중 9장에 걸쳐 창세기를 해설한 뒤 하나님의 창조와 그리스도의 사역을 연결지으며 마무리한다. 조직신학의 ‘인간론’ ‘죄론’ ‘그리스도론’을 순차적으로 살피는 구성이지만 저자와 8,10세인 두 자녀가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다소 난해한 내용도 어렵지 않게 접근한다.

책의 각 장은 자녀들의 질문으로 시작되는데 어린이가 갖는 의문이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일견 엉뚱해 보이나 질문 자체로 이야기의 핵심을 꿰뚫는 경우가 적잖다. 하와(여자)의 탄생을 보며 ‘아담(남자)은 왜 돕는 배필이 필요할까’를 묻는 식이다. 이외에도 이들은 ‘왜 아담이 먼저 만들어진 뒤 하와가 창조됐을까’ ‘선악과는 왜 필요했을까’ ‘아담의 후손에게 원죄가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 역시 죄가 있는 것 아닐까’ 등을 묻는다.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 저자의 두 자녀가 아버지의 신간을 읽는 모습. 도서출판 학영 제공

저자는 이에 각종 예화와 도표, 그림을 활용해 어린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을 주로 제시한다. 일례로 돕는 배필에 대해선 “하나님이 맡긴 일을 아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같은 ‘하나님의 형상’이자 일심동체인 하와의 도움이 필요했다”(창 2:16~23)고 풀어 설명한다. 다만 상세한 해설이 필요하거나 학자 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일 땐 대화체를 독백체로 전환하고 각주도 달아 해당 본문이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창세기 독법에 있어 ‘건전한 성경 해석 위에 세워진 거룩한 상상력’을 강조하는 부분도 특기할 만하다. “현대인은 상상력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성경엔 상상 없이 이해만으로 해석하기 힘든 매우 장엄한 내용이 적잖다”며 “근거에 세워진 안전한 상상력을 바르게 활용하면 훨씬 더 풍성한 성경 읽기가 가능해진다”고 조언한다.


성경 공부에 있어 질문의 필요성도 누차 언급한다. “그냥 믿으라”거라 “의심하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나도 모르겠다”고 고백하며 신앙에 끝없는 질문을 던질 걸 권하는 저자에게서 이해를 기반한 믿음을 전수하려는 저자의 부정(父情)이 느껴진다. “나 역시 이 부분이 매우 궁금해. 성경이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진 않거든. 그렇다고 답을 찾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건 아니야. 우리는 더 많이 궁금해해야 하고 더 많이 질문해야 해.”

창조 질서로 만나는 하나님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쓴 ‘창세기, 위대한 시작의 이야기’에는 그의 아내 나오미 토르가 그린 삽화가 수록돼 있다. 그림은 이삭이 아내 리브가의 임신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장면.(창 25:21) 나오미 토르 제공

질문으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다가서는 것은 기독교뿐 아니라 유대교도 마찬가지다. 유대교 전통 교육기관인 ‘예시바’에서 토라와 탈무드를 배운 독특한 이력의 토르 대사는 두 종교의 종교적 핵심을 ‘질문을 통한 과학적 탐구’에서 찾는다. 절대자와 세상을 향해 질문하며 이에 대한 답과 근거를 밝히려는 노력이 닮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어로 쓴 첫 책 ‘창세기, 위대한 시작의 이야기’에서 “두 종교의 신앙은 아브라함의 믿음과 성경에 담긴 ‘영원한 지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세상의 기원과 참된 창조 질서를 이해할 때 인간은 하나님을 온전히 알 수 있다. 이것이 십계명이 아닌 창조 기사로 창세기가 시작되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대사와 함께하는 성경 공부’란 제목으로 극동방송에서 2년 반 동안 방송한 내용을 갈무리한 책에는 히브리서 구약성경 본문과 랍비 슐로모 이츠하키 등 유대교 내 성경 주해 권위자의 주석이 곳곳에 소개된다. 아브라함이 소돔의 멸망을 예언하는 하나님에게 ‘의인 10명의 존재하면 멸망치 말아달라’고 간원한 건 10명이 토라 및 기도 공동체 최소 인원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므레 상수리나무 근처 장막에서 아브라함이 만난 세 사람은 천사를 뜻하며 각각 ‘병자 심방자’ ‘중재자’ ‘멸망자’의 역할을 한다고 강해한다.(창 18장)


창세기 이야기가 녹아든 현대 이스라엘 문화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여럿 실렸다. 특히 세계적 뉴노멀이 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비결이 눈여겨볼만하다. 2021년 현재 이스라엘 합계출산율은 3.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워킹맘 적극 지원’ ‘자녀 양육의 가치 인정’ ‘보조 생식기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비결로 제시한 토르 대사는 “이스라엘의 보건 예산의 2%가 불임·난임 치료에 쓰인다. 이는 국가가 모성과 출산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자녀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에 대한 성경의 접근 방식이 이스라엘 국민의 출산 태도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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