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100% 대신할 수 없어…조수처럼 활용해야”

“AI, 100% 대신할 수 없어…조수처럼 활용해야”

문체부·콘진원, 12일부터 나흘간 콘텐츠산업포럼

입력 2024-06-13 20:51
박성범 넷마블 AI센터 팀장. 콘진원 제공

박성범 넷마블 AI센터 팀장은 인공지능(AI)이 게임의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을 주지만 사람을 대신할 순 없다면서 “조수처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팀장은 13일 서울 광화문 CKL 스테이지에서 진행한 2024 콘텐츠산업포럼에서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기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팀장은 게임 속 이미지, 영상 콘텐츠에서 ▲사실적 생성(High Fidelity) ▲쉬운 제작(Affordable) ▲쉬운 조작(Controllable) ▲사실적인 감정 표현(Emotional) 등 4가지 측면에서 AI가 활용된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휴먼 아바타를 생성하기 위해 수백 대의 카메라가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4대의 카메라만으로도 포토-리얼리스틱 3차원 휴먼 아바타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 툴인 ‘스테이블 디퓨전’이 이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의 언어와 SNS로 학습한 4억 장의 이미지로 학습된 도구”라고 말했다.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개발자라도 대충 그린 배경 초안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면 기획 단계에서 양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조금씩 개발자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다보면 일주일이 소요됐던 과정을 반나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인간과 유사한 ‘디지털 휴먼’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AI를 활용했고, 이는 인간의 음성과 표정 등 다양한 감정을 복잡한 과정 없이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박 팀장은 AI를 활용해 음성 정보에서 감정을 추출하고 이를 3D 얼굴 모델에 애니메이션으로 적용한 사례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박 팀장은 “기술이 공개된 2021년에는 입을 벌리고 오므리는 수준이었다면 이후 고도화를 거쳐 다양한 입술 모양, 한국어에 적합한 표현 등이 가능해졌다”면서 “이런 기술이 비교적 가벼운 비용으로 고품질 결과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콘진원 제공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는 신작 추리 어드벤처 게임 ‘페이크북’ 개발에 사용된 생성형 AI의 효과적 활용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AI를 통한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 덕에 이전에는 차마 못 했던 다양한 시도를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자사의 게임인 페이크북 역시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던 게임이지만 AI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인물과 연결된 SNS 특유의 소통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AI가 캐릭터 성격에 맞춰 SNS 게시글 작성, 메시지 보내기 등을 한다”고 말했다.

페이크북은 8월 출시 예정인 PC용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 게임이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주인공(게이머)이 SNS에서 명성을 얻는 과정을 그린 추리물이다. 게임 속 텍스트는 네이버의 대화형 AI 서비스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만들었다. 게임 내 몰입을 돕는 실사풍 이미지는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개발했다.

이 대표는 “AI를 직접 사용해보니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면서 “AI는 더는 놀라운 기술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AI 활용 콘텐츠의 가치 판단을 할 때, 얼마나 사람 같은지 만이 척도가 되는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AI를 활용해 ‘어떤 걸 만드느냐’에 관심을 더 가진다면 산업에 훨씬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마이닝, 저작권 법리 문제 등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2부에서는 ‘생성형 AI 시대 변곡점을 지나는 자세’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한 가운데 박 팀장, 이 대표를 포함해 신혜련 명지대학교 디지털콘텐츠 디자인학과 교수, 문대찬 디지털데일리 기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신 교수는 “게임을 만들 때 초기 콘셉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콘셉트 디자이너, 기획자, 일러스트레이터의 방향성이 다르면 오해가 생기기 쉽다”면서 “처음부터 콘셉트를 정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그 과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스에서 감정을 추출하는 기술, 아바타 활용 등이 좀 더 개발되고 상용화된다면 사용자들이 훨씬 만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기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면 “업무 효율화, 비용 절감, AI와 데이터의 조합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 등 다양한 기대 효과가 있고 전에 없던 게임의 등장 가능성도 넓어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개성 있는 게임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고 개발자의 기획 노트에 머물러 있던 게임이 출시되는 사례가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문체부·콘진원이 주최한 ‘2024 콘텐츠산업포럼-게임포럼’ 토론화에서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가 토론회 좌장으로 나섰고, 박 팀장, 이 대표를 포함해 신혜련 명지대학교 디지털콘텐츠 디자인학과 교수, 문대찬 디지털데일리 기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콘진원 제공

이어서 “중소 개발사나 영세 개발사 같은 경우 게임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AI를 활용하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완성된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려도 물론 산적하다. 신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가 타국의 기술로 개발된 AI에 다소 의존하고 있다면서 “AI 원천 기술과 미들웨어 등이 모두 해외 기업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주도적인 서비스를 하려면 게임 AI에 관련된 기술을 내재화하고 상품화해 사업화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기자는 “무섭게 AI가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력 감축이나 조직 규모 축소 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분들은 AI 기술 발전에 의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AI 관리자라는 새 직업이 탄생할 수 있으나 앞으로 AI 발전에 발맞춰 정책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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