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사랑과 희생을 절대 잊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희생을 절대 잊지 않습니다”

새에덴교회 14일 미국 댈러스에서 참전용사 보은 행사
윤 대통령 “교회의 긴 헌신 감사 드린다”
소 목사 “참전용사와 가족 모신 건 특권”

입력 2024-06-15 12:34 수정 2024-06-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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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오른쪽) 목사가 14일 미국 텍사스주 쉐라톤 알링턴 호텔 그랜드볼룸으로 리처드 캐리(가운데) 예비역 미군 중장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왼쪽은 김종대 예비역 제독. 새에덴교회 제공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쉐라톤 알링턴 호텔 그랜드볼룸으로 6·25전쟁 미군 참전용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평균나이 90대 중반인 이들은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해 느릿하게 몸을 옮겼다. 봉사자들은 저마다 예복을 차려입은 참전용사들에게 ‘We never forget your love and sacrifice(우리는 여러분의 사랑과 희생을 잊지 않겠다)’라고 쓰인 모자와 스카프를 선물하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미 세상을 떠난 참전용사 유가족들은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아버지와 삼촌 등의 70여년 전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고 행사장에 들어왔다. 이들은 2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와 만찬 내내 테이블 위에 액자를 올려두고 고인을 추억했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가 마련한 ‘2024 한국전 미국 참전용사·가족 초청 보은 행사’에서다.

교회는 2007년부터 18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전용사 보은 행사를 열고 있다. 초창기부터 참전용사를 국내로 초청해 왔던 교회는 최근 들어 고령인 참전용사들의 건강을 고려해 현지 방문 행사와 국내 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14일 미국 텍사스주 쉐라톤 알링턴 호텔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보은 행사에서 영어로 환영인사를 전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감사가 넘친 ‘보은의 밤’
한미 양국 국가 제창으로 시작한 보은행사는 전사자를 위한 묵념으로 이어지며 분위기를 더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300여명이 만들어낸 정적이 무겁게 깔렸다. 이날 행사의 모든 순서자는 영어를 사용했으며 한국어 통역은 따로 하지 않았다.

리처드 캐리(97) 예비역 미군 중장과 함께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으로 들어온 소강석 목사는 영웅들을 위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 목사는 “우리 영웅인 참전용사와 가족을 모시고 만찬회를 연 걸 큰 영광과 특권으로 생각한다”면서 “전쟁의 참상을 딛고 희망의 봄을 연 건 하나님과 낯선 땅 한국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워주신 참전용사들 덕분이었다”고 평했다.

소 목사는 “그 희생에 감사하여 마련한 이 자리를 통해 한미 우호를 증진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랑과 평화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바랐다.

전사자와 실종자, 전쟁 포로를 위한 추도·추모식은 예비역 해군 제독인 김종대 장로가 인도했다. 후두암 후유증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김 장로는 김세현 집사의 도움을 받아 위로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행사장 전면 LED 모니터에 6·25전쟁 중 전사하거나 실종된 이들의 사진을 띄운 뒤 일일이 이름과 계급, 전사·실종 날짜를 소개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짧은 탄식이 이어졌다.

정영호 휴스턴 총영사가 14일 미국 텍사스주 쉐라톤 알링턴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윤 대통령 “교회의 헌신에 감사”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는 정영호 미국 휴스턴 총영사가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18년째 보은행사를 이어오는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님과 성도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인권, 평화와 번영은 참전용사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 위에 이룩됐다. 저와 대한민국 국민은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대한민국 정부는 참전용사들의 헌신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의의 가치를 굳게 지켜나갈 것이고 한미동맹을 단단히 발전시키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에덴교회 주일학교 학생인 김헌영(11)군과 최아인(9)양이 한복을 입고 전한 감사 인사는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18년 동안 여러분을 초대한 걸 행운으로 생각한다”, “여러분의 헌신으로 우리는 자유와 희망, 꿈을 얻었다.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차례대로 인사했다.

한편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는 이날 15명의 참전용사에게 ‘평화의 사도메달’도 수여했다.

6·25전쟁 참전용사의 후손들이 전쟁 중 전사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코로나 때도 쉬지 않았던 보은
보은 행사의 시작은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소 목사가 2007년 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리딕 나다니엘 제임스라는 흑인 참전 용사를 만난 걸 계기로 참전용사를 위한 보은 행사가 막을 올렸다.

올해 행사를 포함해 그동안 18차례에 걸쳐 참전용사 초청 행사를 이어왔다. 2011·2013·2014·2022년에는 한 해 두 차례 초청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세 차례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는 줌(Zoom)과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전 세계 참전용사와 만나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그동안 교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호주 필리핀 태국 튀르키예 콜롬비아 등 9개국에서 연인원 6900여명의 참전용사를 직접 만나 보은행사를 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단일 교회가 이토록 긴 기간 동안 참전용사와 유족을 섬긴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올해에도 두 차례 보은행사를 진행한다.

댈러스에서의 방문 행사를 비롯해 오는 23일 새에덴교회 본당에서도 ‘6·25전쟁 상기 74주년, 참전용사 초청 나라 사랑 보훈음악회’가 열린다. 소프라노 서선영이 가곡 비목을 부르고 이 교회 장로인 가수 남진과 미스트롯 출신 김의영, 정미애가 특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지상작전사령부 군악대도 특별 연주를 한다.

알링턴(미국)=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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