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가 손흥민 인종차별…토트넘 ‘침묵’에 논란

팀 동료가 손흥민 인종차별…토트넘 ‘침묵’에 논란

손흥민 언급하며 “걔네 다 똑같이 생겨”
논란 거세지자 SNS에 사과
토트넘 측 별다른 입장 표명 없어 팬들 항의

입력 2024-06-17 11:21 수정 2024-06-17 13:30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6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돌며 축구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소속 동료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간 소속 선수들의 인종차별 피해에 발 빠르게 대응해 왔던 토트넘 측은 팬들의 항의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17일 토트넘 공식 SNS에는 소속 선수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발언을 비판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부 팬은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토트넘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우루과이 국적인 벤탄쿠르는 토트넘의 미드필더로, 손흥민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동료 사이다. 그는 지난 14일 우루과이 방송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해 손흥민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걔네는 거의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것이다. 동양인의 외모는 구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드러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손흥민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벤탄쿠르는 다음 날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애칭)!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라며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야”라고 적었다.

2022년 7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 중 토트넘 벤탄쿠르가 드리블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벤탄쿠르가 사과문에서 손흥민의 애칭을 ‘Sonny’가 아닌 ‘Sony’로 적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고 팬들은 지적했다. 사과문을 기본 게시물이 아닌, 게시한 지 24시간 내에 사라지는 ‘스토리’에 올렸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인종차별 하는 것이 우루과이의 문화인가”라는 내용의 댓글에는 1300여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팬들은 토트넘의 대처에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트넘은 그간 손흥민이 인종차별 피해를 입을 때마다 강력히 대처해 왔다. 지난해 2월 토트넘이 웨스트햄 원정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를 거두자, 한 웨스트햄 팬은 SNS에 손흥민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글을 남겼다. 당시 토트넘은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손흥민을 지지하며 SNS 회사와 당국에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한 관중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어 보이는 행동을 했을 때도 토트넘은 구단 차원의 공식 성명을 내고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해당 관중은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팬들의 계속된 항의에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토트넘 측이 SNS에 달린 항의성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태다.

토트넘은 다음 달 31일 쿠팡플레이 친선 경기를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다음 달 31일 ‘팀 K리그’와, 8월 2일에는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두 차례 경기를 치른다. 일부 팬은 토트넘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방한 일정도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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